브라질 전기차 혁명, 중국 EV가 바꾸고 있는 남미 시장 지형도

2025년, 브라질 전기차 시장에 거대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이 앞다퉈 브라질로 몰려들면서 남미 최대 자동차 시장의 판도가 완전히 뒤바뀌고 있다. 특히 BYD를 필두로 한 중국 업체들이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브라질 시장을 점령해 나가면서, 현지 자동차 업계와 정부는 새로운 대응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중국산 전기차 수입

브라질의 중국산 전기차 수입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중국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를 포함한 전기차의 4월 브라질 수출 규모가 4만163대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3배 증가한 수치다.

2024년 4월까지 중국의 브라질 승용차 수출은 372.4% 증가하여 총 7억 6,200만 달러에 달해 역사상 같은 기간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는 단순한 수치 증가를 넘어서 브라질이 중국 전기차의 새로운 핵심 시장으로 부상했음을 의미한다.

현재 추세가 계속된다면 올해 브라질로 수입되는 중국산 전기차는 연간 20만 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브라질 전체 신규 경차 등록량의 약 8%에 해당하는 규모로, 중국 브랜드들의 시장 파급력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

BYD가 주도하는 시장 점령 전략

중국 전기차의 브라질 진출을 이끌고 있는 것은 단연 BYD다. 2024년 4월 데이터만 보면 브라질 시장에서 판매된 신에너지 차량 15,206대 중 7,045대가 비야디 모델로 46.3%를 차지했다. 이는 거의 절반에 가까운 점유율로, BYD가 브라질 전기차 시장에서 얼마나 압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BYD의 성공 비결은 공격적인 가격 정책에 있다. BYD는 1만9100달러에 불과한 저가 모델로 시장을 공략했고, 이는 현지 업체들의 휘발유 차량보다도 저렴한 수준이었다. 이러한 가격 경쟁력 때문에 일부 현지 업체들은 가격을 최대 30%까지 인하하며 대응해야 했다.

BYD만이 아니다. 장성자동차는 총 2,281대를 판매하여 15%를 차지했다. 체리 등 다른 중국 브랜드들도 브라질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어, 중국 전기차의 브라질 진출이 단일 기업의 성공이 아닌 업계 전체의 트렌드임을 확인할 수 있다.

브라질 정부의 고민, 관세 인상 카드

중국산 전기차의 급속한 시장 점유율 확대에 브라질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기존 10%인 관세율을 2024년 7월 18%로 인상하였으며, 2026년 7월까지 최대 35%로 인상할 예정이다. 이는 자국 자동차 산업 보호와 친환경 정책 추진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기 위한 고심 끝의 결정이다.

관세 인상 소식이 알려지자 중국 업체들은 선제적으로 대규모 물량을 확보하는 전략을 택했다. BYD의 경우 4개월치 재고에 달하는 3만5000 대의 차량을 항구에 보관 중이다. 이러한 ‘관세 회피’ 전략은 7만 대 이상의 중국산 전기차가 브라질 항구에 적체되는 현상으로 이어졌다.

브라질 정부의 관세 정책은 단순한 보호무역이 아닌 현지 생산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정부가 친환경 자동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수입 전기차에 대한 점진적 관세 부과 방침을 내놓으면서, 현지 직접 생산을 위한 업계 투자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현지 생산 투자로 판 바꾸기

중국 기업들도 관세 부담을 줄이고 장기적인 시장 진출을 위해 브라질 현지 생산에 나서고 있다. BYD는 55억 헤알(약 1.4조 원)을 투자해 브라질 첫 전기차 공장을 건설 중이며, 만리장성자동차도 100억 헤알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러한 현지 생산 투자는 브라질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브라질 자동차산업협회(Anfavea)는 2032년까지 총 투자액이 2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는 중국 기업뿐만 아니라 기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투자도 포함되어 있어, 전기차 붐이 브라질 제조업 전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새로운 축, 신흥국 진출

브라질에서의 중국 전기차 성공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 구조 변화의 한 단면이다. 기존 ASEAN 자동차 시장을 장악했던 일본 기업의 전동화 전략이 지연되고 있고, 테슬라가 브라질 등 남미 시장에 진출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기업이 신흥국 시장을 적극 개척하고 있다.

이는 미국과 유럽에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장벽이 높아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관세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 유럽 등을 피해 남미, 호주 등으로 새로운 판로를 뚫기 시작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2023년 상반기 ASEAN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산 전기차의 점유율이 71%에 달하였고, 특히 BYD는 2023년 태국, 말레이시아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였으며 브라질 전기차 시장에서도 60%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중국 전기차가 신흥국 시장에서 얼마나 강력한 경쟁력을 보이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브라질 친환경 정책과 전기차 시장의 미래

브라질 정부는 친환경 정책과 산업 보호 사이에서 섬세한 균형 감각을 발휘하고 있다. 브라질 연방정부는 글로벌 친환경 자동차 트렌드에 맞춰 기존 자동차 산업 육성 프로그램인 ‘Rota 2030’을 종료하고 국내 자동차 산업의 탈탄소화, 기술개발,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친환경차 지원 및 규제 정책을 담은 ‘그린모빌리티혁신(MOVER)’ 정책을 2024년 6월 28일 공포하고 시행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브라질이 다른 국가와 차별화된 친환경차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브라질은 친환경 자동차 산업 육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다만 국내 에탄올 연료 소비 유지를 위해 전기차가 아닌 에탄올 하이브리드 모델이 주요 모델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브라질이 세계 제2위 에탄올 생산국이라는 자국의 장점을 활용한 전략이다.

한국 자동차 업계에 주는 시사점

브라질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국 전기차의 시장 점령은 한국 자동차 업계에도 중요한 교훈을 준다. 한국의 경우, 2022년 대비 점유율이 소폭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중국은 브라질 자동차부품 수입국 1위로 16%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자동차 업계가 주목해야 할 세 가지 전략을 제시한다. 첫째 신흥시장별 맞춤형 전기차 전략 수립, 둘째 현지 생산을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 셋째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친환경차 라인업 구축이다.

경쟁과 협력이 만드는 새로운 시장

브라질 전기차 시장의 변화는 단순한 경쟁을 넘어서 새로운 형태의 시장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공격적인 진출, 브라질 정부의 균형 잡힌 정책, 그리고 기존 글로벌 업체들의 대응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브라질은 전기차 혁신의 실험장이 되고 있다.

브라질은 세계에서 에탄올을 미국 다음으로 많이 생산하며, 옥수수 에탄올 생산량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향후 브라질은 바이오연료 기반 하이브리드 차량 생산이 확대될 것이며 에탄올을 사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 산업도 수십 년간 건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브라질이 단순히 중국 전기차의 수출 시장이 아니라, 자국의 에너지 자원과 산업 기반을 활용한 독특한 친환경 모빌리티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앞으로 브라질 전기차 시장은 중국 기업의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 브라질의 자원 우위와 정책적 균형감, 그리고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경험과 브랜드 파워가 만나는 흥미로운 각축장이 될 전망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소비자들은 더 다양하고 저렴한 친환경차 선택권을 갖게 될 것이고, 브라질은 명실상부한 남미 전기차 허브로 자리잡아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