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13일 밤, 나이지리아 베뉴 주 굼마 지역의 옐와타 마을에서 참혹한 학살이 벌어졌다. 무장한 풀라니 지하디스트들이 마을을 습격해 200여 명의 기독교 농민들을 잔혹하게 살해한 이 사건은 아프리카의 잊혀진 비극을 다시 한번 세상에 알렸다. 하지만 중동과 우크라이나 뉴스에 묻혀 이 참극은 국제사회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카톨릭 미션에서 일어난 참극
옐와타는 베뉴 주 주도 마쿠르디에서 북쪽으로 7km 떨어진 작은 농촌 마을이다. 주민의 98%가 기독교도(97%가 카톨릭)인 이 마을은 다른 지역에서 풀라니 민병대의 공격을 피해 온 국내 난민들의 정착지 역할도 하고 있었다. 그런 마을이 6월 13일 밤 10시경, 40여 명의 무장괴한들의 표적이 됐다.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공격자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마을에 진입하면서 “알라후 아크바르”를 외치며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민간인들을 무차별 총격으로 살해했다. 많은 가족들이 침실에 갇힌 채 산 채로 불에 탔고, 시신들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됐다고 국제앰네스티가 전했다.
바티칸까지 나선 국제적 관심
이번 학살의 참혹함은 바티칸에서도 우려를 표명할 정도였다. 교황 레오 14세는 일요일 안젤루스 기도 전 “베뉴 주에서 일어난 끔찍한 학살”의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한다고 밝혔다. 교황은 “폭력의 끊임없는 희생자가 되고 있는 베뉴 주 농촌 기독교 공동체”를 특별히 언급하며 나이지리아의 안보, 정의, 평화를 위해 기도한다고 말했다.
국제앰네스티 나이지리아 지부는 “나이지리아 당국이 베뉴 주에서 거의 매일 일어나는 유혈사태를 즉시 중단하고 실제 가해자들을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베뉴 주에서는 지금까지 200여 개 마을이 무장세력에 의해 공격받았고, 45만 명이 국내 난민이 됐다.
농민과 목동의 갈등을 넘어선 테러
베뉴 주지사 히야신스 알리아는 최근 아라이즈 TV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공격이 단순한 농민-목동 갈등이 아니라 “무장괴한과 테러리스트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그는 “굼마 지방 정부에서는 20~23년 전부터 이런 공격이 시작됐다”며 “처음엔 목동과 농민의 충돌이었지만, 지난 12년 동안은 무장한 목동들이 전체 공동체를 상대로 한 공격으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베뉴 주는 나이지리아의 중부 벨트 지역에 위치해 이슬람이 다수인 북부와 기독교가 주류인 남부가 만나는 지점이다. 이 지역에서는 목축을 위한 방목지를 찾는 풀라니족 목동들과 농사를 위한 경작지가 필요한 농민들 사이의 갈등이 종교적, 민족적 대립과 결합되면서 폭력으로 번지고 있다.
정부의 무능한 대응
가장 큰 문제는 나이지리아 정부의 무능한 대응이다. 현지 주민들은 군대가 학살이 끝난 후에야 나타났다고 증언한다. 워싱턴의 카톨릭 종교자유 옹호활동가 재클린 할비그 폰 슐레펜바흐는 “현지 모든 증언에 따르면 이것은 기록상 가장 잔혹한 학살이다. 군대는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은 베뉴 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제앰네스티의 조사에 따르면 볼라 티누부 대통령이 집권한 2023년 5월 이후 2년 동안 새로운 무장세력들이 등장했고, 베뉴, 보르노, 카치나, 소코토, 플래토, 잠파라 주의 수백 개 마을이 무장세력에 의해 파괴됐다.
국제사회의 외면받는 아프리카
가장 안타까운 것은 이런 참극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의 관심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중동의 이스라엘-이란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 등 다른 지역의 분쟁에 묻혀 아프리카에서 벌어지는 인도주의적 위기는 상대적으로 저조한 관심을 받고 있다.
데이비드 온일로쿠 이다 국제인권위원회 국장은 이런 폭력을 “나치가 유대인에게 한 것과 같은 민족청소”라고 규정했다. 그는 “먼저 그들을 쫓아내고, 그다음에 돌아와서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라며 티브족과 이도마족을 말살하려는 조직적 시도라고 비판했다.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
나이지리아의 안보 위기는 단순히 지역적 문제가 아니다. 서아프리카 최대 경제국인 나이지리아의 불안정은 인근 국가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보코하람과 같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확산, 대규모 난민 발생, 식량 안보 위기 등이 서아프리카 전체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국제사회는 더 이상 일회성 인도적 지원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나이지리아 정부의 민간인 보호 능력을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안보 체계를 구축하는 데 도움을 줘야 한다. 특히 북부 지역의 교육과 보건 인프라를 개선해 극단주의 세력이 발붙일 토양을 없애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이 될 것이다.
베뉴 주의 학살은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무고한 생명이 희생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비극적 사례다. 더 늦기 전에 국제사회가 아프리카의 잊혀진 비극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