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중동 외교: 실용주의가 승리한 현실

2025년 6월, 중동의 뜨거운 화약고가 다시 한번 폭발했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과 군사기지를 대대적으로 공습한 ‘일어서는 사자 작전’으로 시작된 이번 사태는 단순한 지역 갈등을 넘어 전 세계 외교 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유럽 각국이 보여주는 미묘하면서도 전략적인 대응이다.

이란 핵 위협 앞에선 한목소리, 가자지구엔 우려 표명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이스라엘의 공습 직후 “이란은 절대로 핵무기를 가져서는 안 된다”며 네타냐후 총리와 전적으로 의견을 같이한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유럽이 중동 정세를 바라보는 핵심 관점을 보여준다.

프랑스와 독일 등 서유럽 주요국들은 이번 사태에서 이중적인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란의 핵개발을 자국 안보에 대한 실질적 위협으로 간주하며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인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가자지구에서의 민간인 피해에 대해서는 분명한 우려를 표명한다.

NATO와 유럽, 자제 촉구하지만 이란 견제는 지속

NATO와 유럽 등 서방권에서는 이번 공격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 자제를 촉구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는 핵확산금지조약을 준수하지 않고 핵개발을 감행하는 이란을 공식적으로 규탄하는 결의를 채택했다.

이는 유럽의 복잡한 딜레마를 잘 보여준다. 표면적으로는 평화와 대화를 강조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이란의 핵무장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 안보와 난민 문제, 유럽의 실질적 고민

유럽이 이란-이스라엘 갈등에서 보이는 신중한 접근에는 현실적인 이해관계가 깔려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정성은 유럽의 에너지 수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중동 전역으로 확산될 수 있는 군사적 충돌은 새로운 난민 물결을 유럽으로 향하게 할 수 있다.

실제로 이번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국제 유가가 10% 급등했고, 각국 증시가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며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실감케 했다. 유럽 각국 정부로서는 자국 경제와 안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유럽외교협의회의 전망: 체면 세우기 후 사태 수습

유럽외교협의회(ECFR)의 전문가들은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상징적인 응징 조치로 구겨진 체면을 세운 뒤, 확전을 피하는 선에서 사태를 마무리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이란은 카타르와 오만 정부를 통해 미국에 이스라엘 공격 중단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란 역시 전면전을 원하지 않으며,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후계 구도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서방에 굴복하는 모양새를 보이는 것은 정권의 지지 기반을 흔들 수 있는 위험한 선택이다.

트럼프 행정부와 유럽의 미묘한 입장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공습을 사실상 묵인한 것과 달리, 유럽은 좀 더 신중한 접근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가 이란 핵 문제를 이스라엘의 손을 빌려 해결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면, 유럽은 대화와 제재를 통한 점진적 해결을 선호한다.

영국, 독일, 호주, 뉴질랜드 등 여러 국가들이 긴장 완화와 외교적 해결을 촉구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유럽으로서는 중동의 안정이 자국의 장기적 이익에 부합한다는 판단이다.

현실주의 외교의 승리

결국 2025년 6월의 이란-이스라엘 충돌에서 드러난 유럽의 대응은 ‘현실주의 외교’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상적인 평화와 인권을 추구하면서도, 자국의 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철저히 고려하는 계산된 접근이다.

이란의 핵무장을 저지해야 한다는 전략적 목표와 중동의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현실적 필요성 사이에서, 유럽은 선택적 연대와 조건부 비판이라는 고도의 외교적 균형감각을 발휘하고 있다.

앞으로도 중동 정세의 향방에 따라 유럽의 외교 전략은 더욱 정교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는 만큼, 유럽은 더 많은 정치적 계산과 전략적 판단을 요구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유럽이 보여주는 외교적 행보는 21세기 국제정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