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회로 기반 신경망 분석으로 밝혀내는 감정과 행동의 비밀

마음이 울적할 때 밥이 잘 넘어가지 않거나,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을 때 무언가를 계속 먹고 싶어하는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이런 현상이 단순히 심리적인 문제가 아니라 뇌의 신경회로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상호작용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최근 코네티컷대학(UConn)의 신경생리학자 나탈레 스키올리노(Natale Sciolino)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뇌의 신경 회로가 불안, 동기, 섭식행동을 어떻게 조절하는지에 대한 획기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의 연구는 정신장애의 행동적·생물학적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작지만 강력한 뇌의 지휘자, 청반핵

스키올리노 박사의 연구는 청반핵(locus coeruleus, LC)이라는 작은 뇌 구조에 주목한다. 청반핵은 각 뇌 반구에 약 1,200개의 뉴런만을 포함하고 있지만, 뇌에서 노르아드레날린의 가장 큰 생산지다. 이 신경전달물질은 불안, 주의력, 각성 상태를 조절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흥미롭게도 청반핵은 스트레스와 공황에 대한 생리학적 반응과 관련된 뇌간의 핵으로, 망상 활성화 시스템의 일부다. 이는 우리가 위험을 감지하고 대응하는 능력의 핵심이 되는 부분이다.

뇌에서 일어나는 감정과 식욕의 만남

스키올리노 박사의 연구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청반핵이 단순히 불안이나 스트레스 반응에만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는 발견이다. 그녀의 연구는 노르아드레날린 회로가 회피행동, 섭식행동, 미각에 미치는 영향을 정의하는 것에 집중한다.

이는 왜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식욕에 변화가 생기는지, 불안할 때 특정 음식을 찾게 되는지에 대한 신경과학적 근거를 제공한다. 뇌의 신경회로가 감정 상태와 섭식행동을 연결하는 복잡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만과 불안의 악순환을 끊는 열쇠

최근 스키올리노 박사는 뇌행동연구재단에서 NARSAD 젊은 연구자 상을 받아 비만으로 인한 불안에서 청반핵의 역할을 조사하는 2년간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 연구는 현대 사회의 심각한 문제인 비만과 정신건강 문제의 연관성을 뇌과학적으로 밝혀내려는 시도다.

비만이 단순히 칼로리 과다 섭취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신경회로 이상과 관련이 있다면, 치료 접근법도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약물이나 수술적 치료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뇌의 신경회로 기능을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미다.

첨단 기술로 들여다보는 뇌의 비밀

스키올리노 연구팀은 교차유전학적 접근법과 광학 이미징 기술을 활용해 섭식과 보상과 관련된 뇌 회로의 연결성과 기능을 정의하는 연구를 진행한다. 이런 최첨단 기술들을 통해 살아있는 뇌에서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신경세포들의 활동을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옵토제네틱스(광유전학) 같은 기술은 특정 신경세포를 빛으로 조절할 수 있게 해준다. 이를 통해 연구자들은 특정 신경회로가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마치 뇌의 스위치를 켜고 끄면서 각 부분의 역할을 정확히 알아낼 수 있는 것이다.

정신건강 치료의 새로운 전망

최근 연구들은 복측피개영역에서 발생하는 도파민과 청반핵에서 발생하는 노르아드레날린이 가벼운 운동 중에 해마를 활성화하는 신경 회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는 운동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의 신경과학적 근거를 제공한다.

또한 최근 서울대학교 연구팀이 소뇌에서 뇌간의 외측 팔곁핵으로 연결된 신경회로의 활성이 공포 기억 재생에 필수적임을 발견했다는 연구도 주목할 만하다. 이런 발견들은 PTSD나 불안장애 같은 정신질환의 새로운 치료 표적을 제시한다.

차세대 신경과학자들의 요람

스키올리노 박사는 연구뿐만 아니라 차세대 신경과학자 양성에도 집중하고 있다. 그녀는 협력적이고 포용적인 실험실 환경을 조성하며 교육에 대한 열정을 UConn에서도 이어가고 있다.

이는 현재의 연구 성과보다도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뇌과학 분야가 급속도로 발전하는 만큼, 새로운 세대의 연구자들이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바탕으로 더 큰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서의 의미

이런 연구 결과들이 우리 일상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생각해보자. 스트레스를 받을 때 폭식을 하게 되는 것이 단순한 의지력 부족이 아니라 뇌의 신경회로 작용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자신을 비난하기보다는 적절한 대처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의 전환이 가능하다.

실제로 불안장애 치료에서는 세로토닌재흡수차단제 계열의 항우울제와 벤조다이아제핀계 항불안제가 주로 사용되며, 인지행동치료와 함께 병행한다. 이런 치료법들이 뇌의 신경회로를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이해하면 치료에 대한 순응도도 높아질 수 있다.

미래를 향한 전망

스키올리노 연구팀의 목표는 비만과 중독, 불안 같은 정신장애에 대한 미래의 치료법을 제공하는 것이다. 뇌의 신경회로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개인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뇌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개인의 뇌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고, 그에 맞는 치료법을 적용할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이는 현재의 일률적인 치료 방식에서 벗어나 각자의 뇌 특성에 맞는 정밀의료의 시대를 열 것이다.

뇌의 신경회로가 우리의 감정과 행동을 어떻게 조절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수록, 인간의 마음과 몸이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더욱 명확해진다. 스키올리노 박사와 같은 연구자들의 노력 덕분에 정신건강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