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정치사 또 다른 비극, 대선주자 미겔 우리베 총격 사건의 충격

2025년 6월 7일 콜롬비아에서 일어난 충격적인 사건이 전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보수 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미겔 우리베 투르바이 상원의원이 수도 보고타에서 유세 중 총격을 받아 생명이 위험한 상태에 빠진 것이다. 이 사건은 단순한 정치적 폭력을 넘어 콜롬비아 민주주의의 어두운 과거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백일대낮에 벌어진 충격적인 총격 사건

사건은 오후 5시경 보고타 폰티본 지구 엘 골피토 공원에서 발생했다. 미겔 우리베 투르바이 의원이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을 하던 중, 갑작스럽게 등 뒤에서 총격을 받았다. 현장 영상에는 연설 도중 총성과 함께 쓰러지는 우리베 의원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우리베 의원은 머리와 가슴에 총 두 발을 맞았으며, 즉시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어 응급 뇌수술을 받았다. 의료진은 그의 상태를 “극도로 심각하다”고 발표했으며, 현재도 중환자실에서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상황이다.

15세 소년 범인의 배후에 숨겨진 미스터리

현장에서 체포된 용의자는 15세 미만의 소년으로 밝혀져 충격을 더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범행에 사용된 무기였다. 소년이 소지한 것은 9mm 글록 권총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단순한 청소년 범죄가 아닐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콜롬비아 당국은 이 사건이 조직적인 배후가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국제 위기 그룹의 엘리자베스 디킨슨 수석 분석가는 “가해자들이 거의 확실히 용병을 고용했다”며 “이 암살을 지시한 자는 이미 깊이 양극화된 선거 상황에서 기름을 부어 선동적 효과를 노렸다”고 분석했다.

페드로 산체스 국방장관은 배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에게 약 72만5천 달러(약 10억원)의 보상금을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당국이 이 사건을 단순 범죄가 아닌 조직적 음모로 보고 있음을 시사한다.

비극의 가족사를 가진 정치인

미겔 우리베 투르바이는 콜롬비아 정치계의 명문가 출신이다. 그의 외할아버지는 1978년부터 1982년까지 콜롬비아 대통령을 지낸 훌리오 세사르 투르바이 아얄라다. 더욱 가슴 아픈 것은 그의 어머니 디아나 투르바이의 이야기다.

그의 어머니인 기자 디아나 투르바이는 1990년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메데인 카르텔에 의해 납치되었고, 1991년 구출 작전 중 사망했다. 역사의 아이러니는 총격 당일 우리베 의원이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언급했다는 점이다. 그는 행사에서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어머니의 암살이 내 인생을 바꿨고 콜롬비아의 폭력을 끝내고자 하는 사명을 주었다”고 말했다.

정치적 양극화 속에서 터진 폭탄

이번 총격 사건은 콜롬비아의 극심한 정치적 양극화를 그대로 보여준다. 우리베 의원은 좌파인 구스타보 페트로 현 대통령의 강력한 비판자였다. 2026년 5월 예정된 대선에서 보수 진영의 핵심 후보로 떠오르고 있던 상황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페트로 대통령은 사건 직후 “콜롬비아와 그 영원한 폭력. 그들은 아들과 어머니를 죽인다. 생명을 존중하라, 그것이 레드라인이다”라며 애도를 표했다. 하지만 미국 국무장관 마르코 루비오는 “콜롬비아 정부 최고위층에서 나오는 폭력적인 좌파 수사가 원인”이라며 페트로 대통령에게 “선동적 발언을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1990년대 암흑기의 재현인가

이번 사건은 콜롬비아의 어두운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 많은 관찰자들이 이를 1989년 대선 후보 루이스 카를로스 갈란의 암살과 비교하고 있다. 당시는 카르텔의 폭력이 절정에 달했던 시기였다.

디킨슨 분석가는 “오늘 밤 우리가 목격한 것은 본질적으로 콜롬비아의 매우 어두운 정치 시대로의 회귀다. 당시에는 폭력이 최고 수준의 선거에서 정치적 도구로 사용되었다”고 말했다.

카를로스 페르난도 갈란 보고타 시장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 인물이다. 그의 아버지가 바로 1989년에 암살당한 갈란 대선 후보였기 때문이다. 갈란 시장은 모든 보고타 시 대선 후보들에 대한 보호 강화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우려와 반응

이번 사건은 콜롬비아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큰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브라질, 이탈리아, 스페인, 우루과이, 파라과이 등 여러 국가들이 이 공격을 규탄했으며, 베네수엘라 정부와 야당도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은 특히 강한 반응을 보였다.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한다”며 “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그는 콜롬비아 정부의 “자극적인 수사”가 이런 폭력을 낳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콜롬비아 민주주의의 시험대

현재 우리베 의원은 첫 번째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여전히 중환자실에서 “중요한 회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의 부인은 “그는 지금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고 절망적인 심정을 드러냈다.

전국 곳곳에서 그의 회복을 바라는 기도회와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콜롬비아 국민들은 단순히 한 정치인의 회복만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자국의 민주주의가 다시 폭력의 그늘에 빠지지 않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2026년 대선에 드리운 먹구름

이번 사건으로 2026년 대선의 판도는 완전히 바뀔 수 있다. 우리베 의원이 회복되더라도 정치 활동 재개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보수 진영은 새로운 후보를 물색해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더 큰 문제는 정치적 신뢰의 붕괴다. 만약 이번 사건이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밝혀진다면, 콜롬비아의 민주주의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정치인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면 자유로운 선거 자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역사는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콜롬비아는 이미 정치적 폭력의 참혹함을 경험했다. 1980년대와 1990년대의 암살과 납치, 테러는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고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렸다. 이제 콜롬비아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과거의 어둠으로 되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평화로운 민주주의의 길을 계속 걸어갈 것인가.

미겔 우리베 투르바이의 회복을 빌며, 동시에 콜롬비아가 이번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기를 바란다.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고 해서 폭력으로 해결하려는 시대는 이제 끝나야 한다. 콜롬비아의 민주주의가 더욱 성숙해지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