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랑가나의 비극: 인도 시가치 화학공장 폭발로 최소 39명 사망

2025년 6월 30일 인도 남부 텔랑가나 주 시가치 인더스트리즈 화학공장에서 대규모 폭발 사고가 발생해 최소 39명이 사망하고 34명이 부상했다. 화학 반응기 폭발로 시작된 이 참사는 건물 전체를 붕괴시켰으며, 인도 제약산업의 안전 관리 실태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고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지만, 미세결정 셀룰로스 건조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도가 자랑하는 제약 산업의 중심지에서 참담한 비극이 발생했다. 2025년 6월 30일 오전, 텔랑가나 주 하이데라바드에서 50km 떨어진 산가레디 지구의 시가치 인더스트리즈 화학공장에서 대형 폭발 사고가 일어나 최소 39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는 텔랑가나 주 역사상 최악의 산업재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순식간에 사라진 생명들: 폭발의 참상

사고는 6월 30일 오전 8시 15분과 9시 35분 사이, 파샤밀라람 공업단지에 위치한 시가치 인더스트리즈의 화학 반응기에서 발생했다. 폭발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다층 건물이 완전히 붕괴됐고, 일부 근로자들은 폭발로 인해 100미터 밖까지 날아갔다고 목격자들이 증언했다.

텔랑가나 화재재난대응본부의 GV 나라야나 라오 국장은 “건물이 완전히 붕괴되어 파편화됐다”며 “잔해를 모두 치운 후에야 더 많은 시신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구조대는 잔해 속에서 31구의 시신을 수습했고, 3명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다.

당시 공장에는 140명 이상의 근로자가 작업 중이었다. 이 중 상당수가 비하르, 우타르프라데시, 오디샤, 자르칸드, 안드라프라데시, 텔랑가나 출신의 이주 노동자들이었다. 34명이 부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으며, 이 중 4명은 극도로 위중한 상태다.

화학 반응기 폭발: 무엇이 잘못됐나

시가치 인더스트리즈는 미세결정 셀룰로스(MCC)를 생산하는 제약회사다. MCC는 의약품 정제 제조에 사용되는 첨가제로, 식품 생산과 제약 제조에 널리 쓰이는 화학 화합물이다. 이 공장은 인도 전역에 있는 시가치의 3개 공장 중 하나로, 연간 총 생산능력 21,700만 톤의 4분의 1 이상을 담당하고 있었다.

예비 조사에 따르면 폭발은 공장 품질관리 부서의 건조 장치에서 발생했다. 당국은 공기 처리 시스템이나 MCC 건조 시스템의 오작동이 폭발을 촉발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나라야나 라오 소방국장은 “공장의 분무건조기 시설에서 폭발이 발생했다”며 “원료를 약품 제조용 미세분말로 가공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났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생존한 한 근로자 찬단 그라운드(32)는 “화장실에 가려고 공장에서 나왔는데 큰 폭발음이 들렸다”며 “나와서 보니 화재가 발생해 벽을 뛰어넘어 탈출했다. 다수는 탈출했지만 상당수는 갇힌 채 나오지 못했다”고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시가치 인더스트리즈: 글로벌 제약 공급망의 한 축

시가치 인더스트리즈는 1989년 설립된 제약 원료 전문 기업으로, 활성의약품 성분(API), 중간재, 부형제, 비타민-미네랄 블렌드 등을 생산한다. 회사는 미국, 호주를 비롯해 다양한 국가에 제약, 식품, 화장품, 특수 화학 제품을 수출하고 있어 글로벌 제약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다.

하지만 이번 참사로 회사는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시가치는 장비와 구조물 손상을 이유로 해당 공장의 운영을 90일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회사 주가는 사고 당일 약 12% 급락했고, 다음 날에도 8% 하락해 기록적인 이틀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다행히 해당 공장은 완전히 보험에 가입되어 있어 회사는 보험금 청구 절차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명 피해와 생산 중단으로 인한 무형의 손실은 계산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대응과 조사 착수

텔랑가나 주정부는 즉각 5명으로 구성된 조사위원회를 설치해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시작했다. A. 레반트 레디 텔랑가나 주총리는 7월 1일 오전 사고 현장을 직접 방문해 상황을 점검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희생자들에게 애도를 표하고, 유가족에게는 1인당 20만 루피(약 315만원)를, 부상자에게는 5만 루피씩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인도 정부가 산업재해 피해자에게 제공하는 표준적인 보상 수준이다.

텔랑가나 주 경찰 파리토시 판카지 국장은 “잔해를 치우는 동안 잔해 아래에서 여러 구의 시신이 발견됐다”며 “시신이 심하게 타거나 훼손됐기 때문에 특수의료팀이 신원 확인을 위한 DNA 검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 제약산업의 어두운 그림자

이번 참사는 인도 제약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상징적 사건이다. 인도는 세계 최대의 제네릭 의약품 생산국이자 백신 공급국으로, 글로벌 제약 공급망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저렴한 생산비용과 숙련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생산 허브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급속한 성장 과정에서 안전 관리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현지 노동단체 관계자는 “화학 반응을 수반하는 고위험 공정임에도 기본적인 안전 교육이나 장비가 부족하다”며 “이 같은 사고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었던 인재”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인도에서는 화학 반응기와 관련된 산업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2020년 5월에는 안드라프라데시 주 비샤카파트남의 LG화학 공장에서 스타이렌 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해 12명이 사망하고 수천 명이 병원 치료를 받는 대형 참사가 일어났다.

글로벌 제약 공급망에 미칠 파장

시가치 공장 폭발은 인도 내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인도는 세계 제약 생산의 20%를 담당하고 있으며, 특히 제네릭 의약품과 API 생산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이번 사고로 인한 생산 중단은 글로벌 의약품 공급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미세결정 셀룰로스는 정제 의약품 제조에 필수적인 부형제로, 시가치가 주요 공급업체 중 하나였다. 90일간의 생산 중단은 전 세계 제약회사들이 대체 공급처를 찾아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글로벌 제약회사들이 인도 의존도를 재검토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공급망 다변화의 필요성이 대두된 상황에서, 이번 사고는 단일 지역 의존의 위험성을 다시 한 번 부각시켰다.

산업 안전 규제 강화 요구 확산

이번 참사를 계기로 인도 내에서 산업 안전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인도 내무부는 중앙정부 차원의 특별 조사단 파견을 검토 중이며, 유사 시설에 대한 긴급 안전점검을 전국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텔랑가나 주는 제약과 화학 산업이 집중된 지역으로, 하이데라바드 일대에는 수십 개의 제약회사와 화학 공장이 밀집해 있다. 이 지역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산업재해와 환경오염 문제로 주목받은 바 있어, 근본적인 안전 관리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동조합과 시민단체들은 “당국이 엄격한 안전 프로토콜과 규제 감독을 시행해야 한다”며 “공중보건에 중요한 부문에서 이런 참사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연쇄 사고의 공포: 타밀나두에서도 화재 참사

시가치 공장 폭발 다음 날인 7월 1일, 남부 타밀나두 주 시바카시의 폭죽 공장에서도 대형 화재가 발생해 5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했다. 시바카시는 인도 최대의 폭죽 생산지로, 이 지역에서는 유사한 화재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연이은 산업재해는 인도 제조업 전반의 안전 관리 실태에 대한 우려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안전 투자와 관리 감독이 소홀했던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희생자들을 기리며: 안전한 작업장을 향한 다짐

시가치 공장 폭발로 목숨을 잃은 39명의 희생자들 대부분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가장들이었다. 이들은 더 나은 삶을 위해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일하던 이주 노동자들이었다. 사고로 인해 수십 가정이 생계 수단을 잃고 절망에 빠졌다.

텔랑가나 주정부는 희생자 가족들에 대한 추가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부상자들의 치료비 전액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금전적 보상으로는 잃어버린 생명을 되돌릴 수 없다.

이번 참사가 헛되지 않으려면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안전 규정 강화, 정기적인 시설 점검, 근로자 안전 교육 확대, 비상 대응 체계 개선 등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교훈과 과제: 성장과 안전의 균형

인도는 세계 5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면서 제조업 강국의 꿈을 키우고 있다. ‘메이드 인 인디아’ 정책을 통해 더 많은 외국 투자를 유치하고 제조업을 육성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참사는 경제 성장과 안전 관리가 함께 가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글로벌 기업들도 인도 진출 시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안전 관리와 사회적 책임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저렴한 생산비용의 이면에 숨겨진 안전 리스크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시가치 공장 폭발 참사는 인도 산업 발전사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하지만 이 아픈 경험이 더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산업 발전의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 39명의 희생자들이 헛되이 목숨을 잃지 않도록, 인도는 이제 진정한 변화를 시작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