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vs 연준, 금리 인하 압박의 실상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의장 제롬 파월에게 금리를 내리라고 연일 압박하고 있다. 지난 6월에도 “만약 연준이 지금이라도 금리를 인하한다면 곧 만기가 도래하는 장단기 국채 금리를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이라며 파월 의장에게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차입 비용은 훨씬 낮아져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하지만 연준은 꿈쩍하지 않고 있다.

연준이 금리를 못 내리는 이유

연준이 트럼프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하를 망설이는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6월, 7월 전에는 경제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을 것”이라며 “데이터를 수집하고 상황 전개를 지켜볼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관세다. 트럼프가 추진하는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기준 금리는 4.50%를 유지하고 있는데, 연준 입장에서는 성급하게 금리를 내렸다가 인플레이션이 다시 살아나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파월 의장은 관세의 영향에 대해 “우리는 여름 동안 관세에 대해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될 것”이라며 “그들이 앞으로 몇 달 동안 어느 정도 나타날지 지켜볼 것이고, 이것이 우리의 사고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

문제는 경제 전망 자체가 그리 밝지 않다는 점이다. KDI는 “미국 관세인상에 따른 세계교역 위축으로 수출이 둔화될 것”이라며 “경상수지는 교역조건 개선에도 불구하고 수출 부진으로 흑자폭이 축소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연준의 최신 경제 전망도 마찬가지다. 올해 GDP 성장률 전망을 12월 2.1%에서 1.4%로 대폭 하향 조정했고, 실업률은 현재 4.2%에서 연말까지 4.5%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팬데믹을 제외하고는 2017년 초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더 심각한 건 인플레이션이다. 파월 의장이 “서서히 내려가고 있다”고 했던 인플레이션이 이제는 올해 3%까지 오르고 2026년까지도 연준 목표치인 2%보다 0.5%포인트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7월이 분수령이 될 듯

가장 주목해야 할 시점은 7월 9일이다. 이날은 트럼프가 설정한 관세 협상 마감일로, 유럽연합을 비롯한 주요 교역 상대국들이 미국과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하면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날이다.

Russell Investments는 “고율 관세 부과와 이민 통제로 노동 시장이 긴축되고 공급망이 교란되며 물가가 상승할 수 있다”며 “이러한 압력으로 인플레이션이 계속 상승하면, 연준은 금리 인하는커녕 인상을 단행하며 미국 국채 yield를 4.5%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까지는 영국과만 제한적 합의를 이룬 상태다. 만약 주요국들과의 협상이 결렬되면 연준의 금리 정책은 더욱 경직될 수밖에 없다.

투자자들은 9월을 주목한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연준이 9월 16-17일 회의에서 첫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시장은 연준이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를 2번 인하할 확률을 32%, 1번 인하할 확률은 28%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7월 관세 협상 결과에 달려 있다. 파월 의장이 말했듯이 “우리는 아직 그들이 어디에 정착할지 확신을 갖고 알지 못한다”는 상황이다.

한국에는 어떤 영향이?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우리 경제는 2024년 2.2%에서 2025년 2.0%로 성장세가 둔화할 전망”이라며 “미국 대선 결과 등에 따라 금융 및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대외부문을 중심으로 국내 경제에도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미국과 큰 폭의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의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 반도체, 철강 등 주력 수출 산업들이 관세 인상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데이터가 말해줄 것

트럼프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연준은 당분간 현재 정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파월 의장이 강조했듯이 “정책의 방향은 수치로 확인된 시장상황과 경제전망에 달려 있다”는 원칙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관건은 앞으로 몇 달간 나올 경제 지표들이다. 고용시장이 얼마나 더 약해질지, 인플레이션이 실제로 다시 고개를 들지, 그리고 관세 정책이 경제에 어떤 충격을 가할지에 따라 연준의 다음 행보가 결정될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투자자들이나 기업들 모두 불확실성 속에서 신중하게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가 말하는 “경제의 황금시대”가 정말 올지, 아니면 연준의 우려대로 인플레이션과 성장 둔화가 동시에 찾아올지는 시간이 말해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