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서울 부동산 시장이 뜨거워지고 있다. 강남3구를 중심으로 시작된 아파트값 상승세가 이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까지 확산되면서 서울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특히 매수심리가 44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번 상승세가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숨막히는 상승세, 강남에서 시작된 파도
강남3구의 질주
서울 아파트값 상승의 진원지는 역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였다. 한국부동산원 발표에 따르면 강남구는 전주 대비 0.83% 오르며 2018년 1월 넷째 주 이후 7년 2개월여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어 송파구가 0.79%, 서초구가 0.69% 오르는 등 강남3구가 서울 집값 상승세를 견인했다. 부동산원 측은 “역세권·신축·대단지 등 선호단지 중심으로 매수문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며 “가격상승 기대감으로 매도 희망가격이 올라 신고가 거래도 잇따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놀라운 거래량 증가
서울 아파트 거래량도 급증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지난 2월 2653건에서 3월 4401건으로 급등한 뒤 4월 4599건, 5월 5104건, 6월 7482건에 이어 5개월 연속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시장이 완전히 달아오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급매물이 사라지고 있고, 일부 단지는 전고점을 넘어서는 등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노도강으로 번진 상승세
외곽지역의 반격
강남권에서 시작된 상승세가 이제 서울 외곽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이 주목받고 있다.
KB부동산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은 노원구로, 상승률이 36.1%에 달했다. 이어 도봉구(36.1%)와 강북구(30.1%) 순으로 나타나 ‘노도강’이 상위 1∼3위를 차지했다.
85㎡ 아파트 기준으로 보면 노원구는 1년 전 6억1500만원에서 지난달 8억3828만원으로 아파트값이 1년새 2억2328만원 뛰었다.
금관구와 기타 지역도 동참
노도강뿐만 아니라 구로구(27.2%), 은평구(27.0%), 중랑구(26.7%), 서대문구(26.5%), 관악구(25.8%) 등 서울 외곽 지역의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반면 가격 상승률이 가장 낮은 곳은 용산구(12.7%)였고, 강남구와 서초구가 각각 13.8%로 뒤를 이었다. 송파구는 20.3% 올라 강남3구 등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의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매수심리 44개월 만에 최고치
시장 분위기의 완전한 전환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8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18로 전월보다 3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지난 2021년 10월(125) 이후 최고치다.
주택가격전망지수는 현재와 비교한 1년 후 전망을 반영한다. 이 지수가 100을 상회하면 집값 상승을 예상하는 소비자 비중이 크다는 의미다.
실수요자들의 막차 수요
노도강은 중저가 주택이 많고 ‘영끌’한 투자자나 실수요자들이 많아 금리 변동에 민감하다. 최근 매수세 확산은 기준금리 인하 분위기에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전에 내 집 마련에 나서려는 실수요자들이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상승을 부추기는 구조적 요인들
공급 부족의 심각성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2025년은 서울 부동산이 슈퍼사이클(super cycle)의 파도를 타는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PF 사태가 연장됨에 따라 여전히 토지 가격이 높고, 인플레이션으로 시공비가 계속 상승하면서 이에 따른 착공 물량의 감소는 미래 공급 부족을 더욱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서울은 착공 물량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해 최소 향후 3년간은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난과 매매 전환
해결되지 않은 전세사기 문제와 전세제도의 허점도 매매 시장으로의 수요 이동을 가속화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는 1월 1만3645건에서 4월 1만41건으로 3000건가량 급감했다.
전셋값 고공행진이 지속되면서 ‘차라리 사자’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딜레마, 규제 카드는 언제 나올까
대출 규제 강화 예고
정부는 이미 대출 규제 강화 신호를 보내고 있다. 2025년 7월부터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가 시행될 예정이다.
3단계가 본격 시행되면 은행권과 제2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에 1.5%포인트의 스트레스 금리가 적용된다. 이는 현재보다 대출 한도를 크게 줄이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추가 규제 검토 중
정부는 서울 아파트 집값이 과열 조짐을 보이면 ‘특단의 추가 조치’를 강구하겠다며 압박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최근 집값 상승세에 대해 ‘상당한 긴장 상태’라며 추가 조치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아직까지는 ‘토허제’로 지정할 만한 상황은 아니지만,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봐야 한다”는 발언이 나왔다.
중도상환수수료 완화는 양날의 검
한편 2025년부터는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의 중도상환수수료가 기존 대비 절반으로 인하된다. 현재 5대 시중은행이 부과하는 중도상환수수료는 주택담보대출이 약 1.2~1.4%, 신용대출이 0.6~0.8% 수준인데 이것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또한 신생아특례대출의 소득 요건이 부부 합산 연소득 1억3000만원에서 2억5000만원으로 확대된다. 이런 완화책은 매수 심리를 더욱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이 보는 시장 전망
슈퍼사이클 진입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4분기 예상되는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과 아파트 선호 현상이 겹치면서 집값 상승 압력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며 “집값 상승세는 강남지역뿐만 아니라 서울 전역으로 확산하고,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전 막차 수요가 집중되고,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규제로 인해 집값이 오를 수 있다는 불안 심리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것”이라며 “공급 물량도 적다고 하니 서울 아파트값은 당분간 상승 곡선을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2025년 최고치 경신 가능성
지난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2021년 고점의 99%까지 회복한 상황에서, 올해는 완전히 고점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전년 대비 6.9% 상승한 3.3㎡당 3861만300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최고점인 2021년(3885만5000원)의 99.4% 수준이다.
투자자들이 알아야 할 위험 요소들
고점 매수의 위험성
현재 서울 아파트 시장은 명백히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강남 일부 아파트가 전고점을 돌파하고 있고, 노도강 같은 외곽 지역까지 상승세가 확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점 매수를 하게 되면 향후 시장 조정 시 큰 손실을 볼 위험이 있다. 특히 대출을 끼고 구매한 경우 이자 부담까지 고려하면 위험도는 더욱 커진다.
규제 리스크
정부가 언제든 강력한 규제를 내놓을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과거 사례를 보면 집값이 급등할 때마다 정부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LTV 규제 강화, 종부세 인상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았다.
현재도 7월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이 예정되어 있고, 추가적인 규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수요자들을 위한 조언
냉정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
현재 시장 분위기에 휩쓸려 무리한 매수에 나서기보다는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자신의 소득 수준과 대출 상환 능력을 정확히 파악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특히 노도강 같은 지역은 강남권 대비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지만, 최근 급등한 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대출 규제 변화 대비
7월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을 앞두고 있어, 대출을 고려 중인 실수요자들은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규제가 강화되면 대출 한도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론: 변곡점에 선 서울 부동산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강남에서 노도강까지 확산되면서 시장 전체가 들끓고 있다. 매수심리가 4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이번 상승세가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님을 보여준다.
하지만 동시에 정부의 규제 강화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어, 투자자와 실수요자 모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공급 부족과 전세난 등 구조적 요인들이 상승 압력을 가하고 있지만, 과열된 시장에는 언제나 조정의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상황에 맞는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서울 부동산 시장은 이제 새로운 변곡점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