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30분, 히말라야 산맥 깊숙한 곳에서 일곱 명의 순례객을 태운 헬리콥터가 추락했다. 목적지는 힌두교 4대 성지 중 하나인 케다르나스, 시바 신을 모시는 가장 신성한 장소였다. 하지만 신에게 가는 길은 때로 너무나 험난하다.
10분 거리가 마지막 여행이 되다
2025년 6월 15일 일요일 새벽, 아리안 항공(Aryan Aviation) 소속 벨 407 헬리콥터가 케다르나스에서 굽카시로 향하던 중 추락했다. 평소라면 10분이면 충분한 거리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헬리콥터에는 조종사 1명과 순례객 6명이 탑승해 있었다. 그 중에는 어린 아기도 있었다. 모두 시바 신께 기도를 드리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우타라칸드 주 추가 총경(법질서) V 무루게샨 박사에 따르면,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 추락 후 발생한 화재로 시신들이 심하게 손상돼 신원 확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40일간 5번의 사고, 케다르나스 루트의 저주
충격적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40일 동안 케다르나스 순례 루트에서만 5번째 헬리콥터 사고가 발생했다. 6월 7일에도 기술적 결함으로 응급착륙한 헬리콥터가 있었고, 5월 17일에는 AS350B2 헬리콘터가 착륙 중 꼬리 부분이 손상되는 사고가 있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2022년 10월 18일에는 아리안 항공 소속 벨 407 헬리콥터가 추락해 조종사 1명과 순례객 6명이 모두 사망했다. 2019년 9월에는 헬리콥터가 비상착륙했지만 다행히 탑승객 6명 모두 무사했다. 2018년 4월에는 인도 공군 수송 헬리콥터가 착륙 중 화재가 발생해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쳤다.
가장 참혹했던 것은 2013년 6월이다. 케다르나스 대홍수 구조 작전 중 3대의 헬리콥터가 추락해 공군 요원을 포함한 23명이 목숨을 잃었다.
히말라야의 악조건과 인간의 욕망 사이
케다르나스는 해발 3583미터에 위치한 시바 신전이다. 히말라야 산맥 깊숙한 곳에 자리 잡아 일반 도로로는 접근할 수 없다. 전통적으로는 가우리쿤드에서 22킬로미터를 걸어야 도달할 수 있는 험난한 순례길이다.
2013년 이후 헬리콥터 서비스가 본격화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며칠 걸리던 순례 여행을 12분으로 단축시킨 것이다. 매년 여름철 순례 시즌에는 수만 명의 신도들이 헬리콥터를 이용해 케다르나스를 찾는다.
하지만 이 지역의 기상 조건은 극도로 까다롭다.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 시야 불량, 고고도 비행에 따른 기류 변화가 상시 위험 요소다. 더군다나 케다르나스나 바드리나스에는 항공 교통 관제탑이 없어 조종사들은 전적으로 자신의 경험과 판단에 의존해야 한다.
하루 200편 vs 안전, 선택의 기로
현재 케다르나스 루트에는 하루 평균 200편의 헬리콥터가 운항한다. 12년간 이 서비스를 운영해온 한 업계 관계자는 “날씨가 나쁘면 아무도 이륙하지 않는다. 조종사 한 명이 이륙하지 않겠다고 하면 다른 조종사들도 따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잇따른 사고를 받아 인도 민간항공청(DGCA)은 더 엄격한 규정을 도입했다. 시간당 2편으로 운항을 제한하고, 동시에 운항할 수 있는 헬리콥터 수를 6대로 제한했다. 과거에는 14대까지 동시 운항했던 것과 비교하면 대폭 줄어든 수치다.
전통적 순례 vs 현대적 편의, 무엇을 택할 것인가
지역 여행업계 관계자는 순례객들에게 다른 선택지를 고려해볼 것을 권한다. “케다르나스로 가는 헬리콥터는 대체로 안전하지만, 돌아오는 편에서 날씨나 기술적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대안은 있다. 전통적인 22킬로미터 도보 순례길, 라이선스를 받은 조랑말 서비스, 4명의 짐꾼이 들고 가는 돌리나 칸디 가마, 그리고 등에 업어주는 피투 서비스까지. “더 쉽고 비싸지만 위험한 선택지 대신 이런 서비스들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업계 관계자는 말했다.
신앙과 안전 사이의 딜레마
케다르나스 헬리콥터 사고는 단순한 항공 안전 문제를 넘어선다. 수천 년간 이어져온 힌두교 순례 전통과 현대 문명의 편의성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벌어지는 비극이다.
우타라칸드 주 총리 푸시카르 싱 다미는 트위터를 통해 “루드라프라야그에서 헬리콥터가 추락한 극도로 슬픈 소식을 받았다. SDRF, 지역 행정부, 기타 구조팀이 구호와 구조 작업에 투입됐다. 바바 케다르(시바 신)께 모든 여행자들의 안전을 기원한다”고 밝혔다.
순례길의 미래를 다시 생각해야 할 때
이번 사고 이후 구글 트렌드에서 ‘케다르나스 헬리콥터 추락’은 4시간 만에 2만 건 이상의 검색량을 기록했다. 사람들의 관심과 우려가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수치다.
DGCA는 이미 전담 상황실을 운영하며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질문은 남아있다. 과연 신에게 가는 길이 이토록 위험해도 되는 것일까?
케다르나스 순례는 힌두교에서 가장 신성한 여행 중 하나다. 하지만 편의를 위해 안전을 포기하는 것이 진정한 신앙의 길인지는 의문이다. 전통적인 도보 순례가 힘들다고 해서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40일간 5번의 사고가 말해주는 것은 명확하다. 현재의 헬리콥터 운항 시스템에는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기술적 개선, 기상 예보 시스템 강화, 조종사 훈련 프로그램 확대, 그리고 무엇보다 승객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운항 문화 정착이 시급하다.
신의 품으로 가는 길이 죽음의 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번 케다르나스 헬리콥터 추락 사고가 인도 항공 안전과 종교 관광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성찰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