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러시아 포로 교환, 전쟁 속에서도 계속되는 인도주의적 희망

2025년 6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이 만 3년을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도 양국은 꾸준히 포로 교환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이스탄불에서 열린 협상을 통해 합의된 포로 교환은 전쟁의 잔혹함 속에서도 인도주의적 가치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6월 이스탄불 협상의 성과와 한계

지난 6월 2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러시아-우크라이나 2차 평화 협상은 단 1시간여 만에 종료됐다. 양측이 요구한 휴전 조건이 워낙 달라서 본격적인 평화 협상으로는 이어지지 못했지만, 중요한 합의 하나는 도출해낼 수 있었다. 바로 포로 교환과 전사자 시신 송환에 관한 것이었다.

이번 협상에서 양국은 25세 미만 젊은 병사들과 중상자, 중증 환자 포로를 우선적으로 교환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전사자 시신 6,000구씩을 상호 송환하는 것도 약속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640명의 포로 교환 대상자 명단을 우크라이나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실제 교환 현장의 감동적인 순간들

6월 9일과 10일, 이틀에 걸쳐 실제 포로 교환이 이뤄졌다. 우크라이나 체르니히우에 도착한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국기를 몸에 두른 채 환호하며 서로 포옹을 나눴다. 버스에서 내리며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전쟁이 개인과 가족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남기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중상을 입은 우리 군인들이 귀환하고 있다”며 “이스탄불 합의에 따라 포로 교환이 계속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측에서도 석방된 포로들이 모스크바 외곽 공항에 도착해 벨라루스로 이동한 후 심리·의료 지원을 받을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시신 교환을 둘러싼 갈등

하지만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된 것은 아니다. 포로 교환은 비교적 원활하게 이뤄졌지만, 전사자 시신 교환에서는 양측 간 신경전이 벌어졌다. 러시아 측은 약속된 장소에 우크라이나 전사자 1,212명의 시신을 준비했다고 주장하며 냉동 컨테이너 영상까지 공개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포로 교환이 끝난 후 시신 교환을 진행한다”는 기존 합의를 러시아가 무시했다고 반박했다. 우크라이나 전쟁포로 처리 조정본부는 “정해진 날짜가 없었다”며 러시아가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포로 교환이 갖는 의미

이번 포로 교환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전쟁이 장기화되면서도 양국이 최소한의 인도주의적 통로는 유지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2022년 전쟁 시작 이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주기적으로 포로 교환을 진행해왔다. 2025년 들어서만 11번째 교환이다.

포로 교환은 단순한 인도주의적 조치를 넘어서 정치적 상징성도 크다. 양국 정부 모두 귀환하는 군인들의 모습을 적극 홍보하며 국내 결속을 다지고 전쟁 지지 여론을 강화하려 한다. 특히 25세 미만 젊은 병사들의 교환은 ‘미래 세대를 보호한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국제사회의 중재 역할

이번 포로 교환에는 터키를 비롯해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등 제3국의 중재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유럽연합과 국제적십자위원회도 실무적 조율 과정에 참여했다. 특히 독일과 프랑스는 조용한 외교 채널을 통해 관련 협상에 간접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포로 교환 사실을 환영하며 “포로 보호는 국제 인도법의 핵심”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전쟁 상황에서도 국제법과 인도주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일관된 메시지다.

평화 협상의 어려운 현실

하지만 포로 교환이 곧바로 평화 협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여전히 낮아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날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하며 종전 방안을 제시했지만, 러시아는 이를 거부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트럼프 측 대표단의 제안에 만족하지 않는다”며 “우크라이나에 유럽 평화유지군을 파견한다는 방안을 거부한다”고 못박았다.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의 20%를 장악하고 있다. 양측의 입장 차이가 워낙 커서 조건 없는 휴전조차 합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크라이나는 30일간 지상·공중·해상에서의 무조건 휴전을 요구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영구적인 평화 협정을 전제로 한 협상만을 원하고 있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로 교환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키이우포스트는 “이번 포로 교환은 전쟁 이래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며 “과거 1,000대 1,000 교환을 능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우리는 모든 이들을 집으로 데려와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전방위적으로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다.

포로 교환은 전쟁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인간적 고통을 덜기 위한 최소한의 수단이다. 동시에 향후 본격적인 평화 협상을 위한 신뢰 구축의 첫걸음이 될 수도 있다.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도 이런 작은 희망의 씨앗들이 언젠가는 평화의 큰 나무로 자라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