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과 새로운 접근법
현대 사회에서 트라우마는 더 이상 특별한 사람들만의 경험이 아니다. 일생 동안 한 번이라도 트라우마를 겪을 확률은 50% 이상으로 굉장히 높으며 가까운 사람의 죽음까지 포함한다면 80%가 넘는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트라우마 정보 기반 중재(Trauma-Informed Care, TIC)는 단순히 증상을 치료하는 것을 넘어, 개인과 조직, 사회 전체가 트라우마를 이해하고 안전한 환경을 구축하는 혁신적인 접근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트라우마 정보 기반 중재란 무엇인가
트라우마 이해 기반 케어(TIC)는 트라우마를 이해하고, 이를 고려하여 개인과 조직, 사회 등 모든 수준에서 트라우마로부터 안전한 환경을 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기존의 치료 중심 접근법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철학을 가지고 있다.
전통적인 방법이 “당신에게 무슨 문제가 있나요?”라고 묻는다면, TIC는 “당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나요?”라고 묻는다. 이러한 관점의 전환은 피해자를 문제의 원인으로 보지 않고, 트라우마 경험자의 행동과 반응을 이해할 수 있는 맥락으로 바라보게 한다.
TIC의 핵심 특징
트라우마 이해 기반 케어(TIC)는 트라우마에 대한 과학적 지식과 이해를 바탕으로 하여, 재난 등 일상생활의 다양한 위기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트라우마를 사전에 인식 · 예방하고, 트라우마 경험자에게는 전문적이고 효과적인 서비스를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전 과정을 통합적으로 아우르는 개념이다.
트라우마가 우리 뇌에 미치는 영향
트라우마가 왜 이렇게 오랫동안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려면, 뇌과학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트라우마는 일반적으로 학대, 사고나 부상, 재해, 따돌림, 범죄 피해 등 일반적인 스트레스의 범주를 넘어 안전에 위협이 될만한 사건을 겪었을 때 촉발된다. 이때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편도’, ‘해마’, ‘전두엽 피질’이 정상적으로 작용하지 않으면서 발생한다.
뇌의 변화와 반응 메커니즘
편도는 감정을 인지하고 조절하는 데 도움을 주는 기관으로 트라우마적 사건을 경험하면 당시의 감정이 편도 속에 남는다. 이후 사건을 상기하는 자극이 생기면 편도체가 과도하게 작동하고, 피해자는 사건을 경험하고 있는 것처럼 반응한다.
이러한 뇌의 변화는 왜 트라우마 경험자들이 과거의 일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황에서 과도한 반응을 보이는지 설명한다. 뇌가 과거와 현재를 구별하지 못하고, 모든 유사한 자극을 위험 신호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TIC의 실제 적용 분야
의료 현장에서의 적용
의료진이 트라우마 정보 기반 케어(TIC)를 실천하면 과거 트라우마와 현재 정신질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간호사의 지식을 강화할 수 있다. TIC의 목표는 치료 과정에서 환자를 잠재적으로 재외상화하는 것을 피하는 것이다.
응급실과 같은 급성 의료 환경에서도 TIC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정신건강 위기로 내원하는 환자들에게 TIC 접근법을 적용하면, 치료 과정에서 추가적인 트라우마를 예방할 수 있다.
지역사회 보건센터에서의 성과
2019년 4월, 텍사스 지역 보건센터 협회는 텍사스 전역의 지역 보건센터에서 트라우마 정보 기반 케어(TIC)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 계획은 각 보건센터의 트레이너와 챔피언을 위한 교육 및 코칭 기회를 제공하여 TIC의 일관된 전달을 위한 조직 문화를 변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했다.
TIC 도입을 위한 단계별 과정
TIC를 조직에 도입하는 것은 단순한 프로그램 실행이 아니라 문화적 변화를 요구하는 과정이다. TIC 시행을 위한 조직 내/외부 정보를 수집하고 우선순위 및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부터, 직접 TIC를 시행하고 모니터링하는 과정을 거치며, 관련 정책 및 제도를 채택하는 단계까지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조직 평가와 준비
트라우마 이해 기반 케어(TIC) 조직평가도구는 TIC 관점에서 조직의 현재 상태를 파악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조정하는 데 활용한다. TIC 실행 이전, 조직 내부의 요구사항 및 준비도를 평가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직원 교육과 문화 변화
성공적인 TIC 도입을 위해서는 조직의 모든 구성원이 트라우마에 대한 이해를 가져야 한다. 물리적 · 심리적으로 안전한 환경 제공,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TIC 교육 및 훈련, 직원의 2차 외상성 스트레스 예방,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트라우마 경험자의 참여 기회 제공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개인 차원에서의 트라우마 극복 방법
전문적 치료의 중요성
약물치료는 항우울제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 정신치료법으로는 트라우마에 초점을 둔 인지행동치료가 가장 효과적이며, 이는 잘못된 생각을 수정하고 트라우마 사건을 다시 바라보며 건강하게 직면할 수 있도록 돕는 치료다.
특히 EMDR(안구운동 민감소실 및 재처리요법)은 트라우마 치료에서 주목받는 방법이다. 오랜 시간 회피로 인해 억눌려 있던 트라우마에는 눈의 움직임을 통해 고통과 긴장을 완화하는 ‘안구운동 민감소실 및 재처리요법(EMDR)’이 효과적이다.
자가 치유를 위한 안정화 기법
전문 치료와 함께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안정화 기법들도 중요하다. 나비 포옹법은 긴장감이나 괴로움이 느껴질 때 자신의 몸을 스스로 두드려주는 방법으로, 양측 팔뚝에 손을 교차시켜 올리고 나비가 날갯짓을 하듯 가볍게 15번 정도 두드리면 된다.
심호흡, 복식호흡, 착지법 등도 급성 스트레스 상황에서 도움이 되는 기법들이다. 이러한 방법들은 과활성화된 신경계를 진정시키고, 현재 상황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주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지원 방법
트라우마 회복에서 사회적 지지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첫 번째로 더 이상 위협받지 않고 안전하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두 번째로 옆에서 친밀하게 감정적인 해소를 도와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트라우마 이후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겪는 사람들에게는 △강요하지 않는 것 △피하지 않는 것 △다 아는 것처럼 대하지 않는 것 등이 중요하다. 특히 성급한 위로나 조언보다는 그들의 감정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TIC가 가져오는 변화와 한계
실제 현장에서의 도전
응급실 간호사들이 TIC 프레임워크로 치료를 제공하는 것은 주로 응급실 환경의 시간 제약과 잠재적으로 여러 복잡한 증상을 가진 환자들의 빠른 회전율과 관련된 상당한 도전이었다.
이러한 현실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의료진들은 TIC의 효과를 인정하고 있다. 재외상화 가능성을 줄이고 환자와의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평가가 많다.
장기적 관점에서의 효과
TIC 접근법은 단기적 증상 완화를 넘어 장기적인 회복과 성장을 목표로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트라우마에 더 이상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트라우마를 다른 많은 기억 중 하나의 기억으로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미래를 위한 제언
트라우마 정보 기반 중재는 단순한 치료 방법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트라우마를 바라보는 관점의 근본적 변화를 의미한다. 연방 약물 남용 및 정신 건강 서비스 관리청(SAMHSA) 및 국립 행동 건강 협의회와 같은 국가 조직에서 추진하는 가장 중요한 정신 건강 계획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체계적인 도입과 확산이 필요하다.
개인적 차원에서는 트라우마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자기 돌봄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사람에게는 회복탄력성이 있기 때문에, 그중 80-90%는 1, 2년 안에 회복이 된다고 하지만, 적절한 지원과 개입이 있을 때 그 회복은 더욱 빠르고 완전할 수 있다.
조직적 차원에서는 트라우마 감수성을 가진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 이는 의료기관, 교육기관, 사회복지기관 등 사람들과 직접 상호작용하는 모든 조직에서 고려되어야 할 요소다.
사회적 차원에서는 트라우마에 대한 편견과 낙인을 줄이고, 트라우마 경험자들이 안전하게 회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 이는 단순히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트라우마를 예방하고 회복력을 증진하는 사회 전체의 노력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트라우마 정보 기반 중재는 결국 우리 모두가 더 안전하고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여정이다. 이 여정에서 중요한 것은 트라우마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인식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