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포퓰리즘의 유럽 확산과 EU 의회 선거의 정치적 파장: 이주 위기부터 국가 정체성까지, 변화하는 유럽 정치 지형 분석

유럽 정치 지형이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 201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해온 극우 포퓰리즘 정당들이 이제 단순한 항의 세력을 넘어 주류 정치의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잡고 있다. 프랑스의 국민연합(RN), 독일의 독일을위한대안당(AfD), 이탈리아의 형제당(FdI) 등은 더 이상 주변부 정당이 아니다. 이들은 실질적인 정권 참여 기회를 얻거나 이미 집권에 성공한 상태다.

특히 2024년 유럽의회 선거 결과는 이러한 변화의 심각성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전통적인 중도우파 정당들이 고전하는 가운데, 극우 성향의 정체성과 민주주의(ID) 그룹과 유럽보수개혁(ECR) 계열 정당들이 상당한 의석 확보에 성공했다. 이는 단순한 선거 결과를 넘어 유럽 통합의 미래와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극우 포퓰리즘 부상의 구조적 배경

유럽 극우 포퓰리즘의 부상은 우연한 현상이 아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 지속된 경제적 불안정, 2015년 난민 위기로 촉발된 사회적 갈등,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심화된 기존 체제에 대한 불신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글로벌화와 기술 발전으로 인한 일자리 불안정이 핵심 동력이 되었다. 특히 제조업 중심 지역의 노동자들과 중소상공인들은 경제적 지위 하락을 경험하면서 기존 정치 엘리트에 대한 실망감을 키워왔다. 프랑스 북부 공업지대나 독일 동부 지역에서 극우 정당 지지율이 높게 나타나는 것은 이러한 경제적 소외감과 무관하지 않다.

문화적 차원에서는 급속한 사회 변화에 대한 반발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통적인 가족 구조의 변화, 성소수자 권리 확대, 종교적 다양성 증가 등은 보수적 가치관을 가진 유권자들에게 정체성의 위기로 인식되고 있다. 극우 정당들은 이러한 불안감을 ‘진정한 국민’과 ‘부패한 엘리트’ 간의 대립으로 포장하면서 지지 기반을 확대해왔다.

이주 위기와 난민 이슈의 정치화

2015년 시리아 내전을 비롯한 중동 지역 분쟁으로 발생한 대규모 난민 유입은 유럽 극우 포퓰리즘 확산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주도한 개방적 난민 정책은 인도적 차원에서는 높이 평가받았지만, 정치적으로는 극우 세력에게 절호의 기회를 제공했다.

독일 내 AfD의 급성장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2013년 유로 회의론 정당으로 출발한 AfD는 난민 위기 이후 반이민 정서를 적극 활용하면서 독일 정치의 주요 변수로 부상했다. 2017년 연방의회 선거에서 12.6%의 득표율로 제3당에 오른 데 이어, 동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강력한 지지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도 마리 르펜의 국민연합이 이민 문제를 핵심 의제로 내세우면서 지지율을 확대했다. 특히 2022년 대선에서 결선투표까지 진출하며 41.5%의 득표율을 기록한 것은 극우 세력이 더 이상 소수 의견이 아님을 보여준다. 국민연합은 전통적인 극우 정당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탈악마화(dédiabolisation)’ 전략을 구사하면서 중산층까지 지지 기반을 확대하는 데 성공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조르자 멜로니가 이끄는 형제당이 2022년 총선에서 26%의 득표율로 제1당에 오르며 집권에 성공했다. 멜로니 총리는 ‘신보수주의’를 표방하면서 전통적인 극우 정당과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반이민 정책과 EU 회의론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

유럽의회 선거에서 드러난 정치 지형 변화

2024년 6월 실시된 유럽의회 선거는 극우 포퓰리즘의 확산이 더 이상 개별 국가 차원의 현상이 아님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전체 705석 중 극우 성향 정당들이 차지한 의석은 이전 선거 대비 상당히 증가했으며, 이는 유럽 정치의 구조적 변화를 시사한다.

ID 그룹의 경우 프랑스 국민연합, 이탈리아 리가, 네덜란드 자유당(PVV) 등이 주축이 되어 의석을 확대했다. 특히 네덜란드에서는 헤이르트 빌더스의 자유당이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거두며 네덜란드 정치 지형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빌더스는 반이슬람, 반EU 정서를 바탕으로 한 강경한 포퓰리즘 정치를 구사하면서도, 실용적 정치 운영을 통해 주류 정치권과의 연립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ECR 그룹에서는 이탈리아 형제당이 핵심 역할을 하고 있으며, 폴란드의 법과정의당(PiS)도 여전히 중요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비록 폴란드에서 도날드 투스크의 시민연대(KO)가 집권에 성공했지만, PiS는 여전히 강력한 야당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며 보수 포퓰리즘 정치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AfD가 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강세를 보이며 전국적으로도 상당한 득표율을 기록했다. 특히 작센, 튀링겐, 브란덴부르크 등 구동독 지역에서의 AfD 지지율은 30%를 넘나드는 수준에 달해, 독일 정치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국가별 극우 정당의 전략적 차별화

흥미로운 점은 각국의 극우 정당들이 공통된 반이민, 반EU 정서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국가별 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극우 포퓰리즘이 단순한 모방이 아닌 각국의 고유한 정치적 맥락 속에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프랑스 국민연합의 경우 마리 르펜과 그의 조카 마리옹 마레샬-르펜을 중심으로 한 가족 정치의 색채를 탈피하면서 조던 바르델라 같은 젊은 정치인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바르델라는 전통적인 극우 정치인의 이미지와 달리 세련된 외모와 화법으로 젊은 층과 중산층에게 어필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또한 경제 정책에서는 좌파적 성격을 강화하여 ‘사회적 민족주의’를 표방하며 기존 좌우 정치 구도를 흔들고 있다.

독일 AfD는 동서독 통일 과정에서 소외받았다고 느끼는 동부 지역 주민들의 불만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히 경제적 낙후와 인구 감소에 시달리는 동부 지역에서 AfD는 ‘잊혀진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고 주장하며 지지 기반을 다지고 있다. 동시에 코로나19 방역 정책 반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회의적 시각 등을 통해 현 정부 정책에 대한 전방위적 비판을 전개하고 있다.

이탈리아 형제당은 포스트파시즘 정당이라는 역사적 부담을 안고 있지만, 조르자 멜로니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애국적 보수주의’를 내세우며 주류 우파 정당으로의 변신을 시도했다. 집권 후에는 예상보다 온건한 정책 기조를 보이며 EU와의 관계도 크게 악화시키지 않고 있다. 이는 극우 정당도 집권 후에는 현실 정치의 제약 속에서 실용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전통 정당들의 대응 전략과 한계

극우 포퓰리즘의 부상에 직면한 전통 정당들은 다양한 대응 전략을 시도하고 있지만, 그 효과는 제한적이다. 중도우파 정당들은 극우 정당의 의제를 부분적으로 수용하는 ‘우향 이동’ 전략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독일 기독민주연합(CDU)이나 프랑스 공화당(LR) 등이 이민 정책에서 보다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것이 그 예다.

반면 중도좌파 정당들은 극우 세력과의 차별화를 위해 포용적 정책과 유럽 통합 강화를 내세우지만, 이것만으로는 유권자들의 구체적인 불안감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특히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동자 계층의 이탈을 막기 위한 실질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방역선(cordon sanitaire)’ 전략, 즉 극우 정당을 정치적으로 고립시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벨기에나 독일에서는 주요 정당들이 극우 정당과의 연정을 거부하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도 극우 정당의 지지율이 계속 상승할 경우 현실적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EU 차원의 정책적 파급효과

극우 포퓰리즘의 확산은 개별 국가 정치를 넘어 EU 전체의 정책 방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장 직접적인 영향은 이민 및 난민 정책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EU는 2020년 발표한 ‘이주 및 난민 협약(Migration and Asylum Pact)’을 통해 회원국 간 책임 분담 체계를 구축하려 했지만, 동유럽 국가들의 강한 반발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기후 정책 분야에서도 극우 정당들의 영향력 확대가 우려된다. 대부분의 극우 정당들은 그린딜 정책에 회의적이며, 환경 규제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농민당(BBB)이 환경 규제 반대를 내세워 급성장했고, 독일에서도 AfD가 기후 정책 비판을 통해 지지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EU의 법치주의 메커니즘에 대한 도전도 계속되고 있다. 폴란드와 헝가리는 EU의 사법부 독립성 요구에 대해 주권 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비록 폴란드에서는 정권 교체가 이뤄졌지만, 헝가리의 오르반 빅토르 총리는 여전히 ‘비자유적 민주주의’를 표방하며 EU와의 갈등을 지속하고 있다.

미디어 환경 변화와 정보 생태계

극우 포퓰리즘 확산에는 미디어 환경의 급격한 변화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의 확산으로 기존 주류 언론의 게이트키핑 기능이 약화되면서, 극우 정당들은 직접적인 소통 채널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페이스북, 트위터(현 X), 틱톡 등을 통한 정치적 메시징은 전통적인 정치 커뮤니케이션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가짜 뉴스와 허위 정보의 확산도 심각한 문제다. 극우 정당들은 종종 사실 확인이 어려운 주장들을 반복하면서 기존 정치 엘리트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백신 음모론이나 정부 방역 정책에 대한 근거 없는 비판이 확산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에 대응하여 EU는 디지털서비스법(DSA)을 통해 온라인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하고 있지만, 표현의 자유와 규제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다. 극우 세력들은 오히려 이러한 규제를 ‘검열’이라고 비판하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통해 지지 기반을 결집시키고 있다.

젊은 층의 정치적 성향 변화

흥미로운 현상 중 하나는 일부 국가에서 젊은 층의 극우 정당 지지율이 상당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전통적으로 젊은 세대는 진보적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가정이 흔들리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18-24세 연령층의 국민연합 지지율이 전체 평균을 웃도는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독일에서도 젊은 남성층을 중심으로 AfD 지지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청년층의 경제적 불안정이 자리하고 있다. 높은 청년 실업률, 주택 가격 상승, 기후 변화에 대한 불안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기존 정치 체제에 대한 실망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극우 정당들은 이러한 불안감을 ‘기성 정치인들의 실패’ 탓으로 돌리면서 변화의 대안으로 자신들을 포지셔닝하고 있다.

또한 온라인 게임 문화나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통해 젊은 층에게 접근하는 새로운 정치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주목할 만하다. 독일 AfD의 경우 유튜브나 틱톡을 통해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기존 정당들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젊은 층과 소통하고 있다.

여성 정치인의 부상과 젠더 정치학

극우 포퓰리즘 정치에서 또 다른 주목할 만한 변화는 여성 정치인들의 부상이다. 마리 르펜, 조르자 멜로니, 알리체 바이델 등은 각각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에서 극우 정당을 이끌거나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는 전통적으로 남성 중심적이었던 극우 정치의 변화를 보여준다.

이들 여성 정치인들은 ‘부드러운 극우주의’를 표방하면서 기존의 공격적이고 거친 이미지를 탈피하려 노력하고 있다. 특히 가족 가치와 모성 보호를 강조하면서 여성 유권자들에게도 어필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정책은 여전히 전통적 성역할 강화와 이민자 여성에 대한 차별적 시각을 담고 있어 페미니즘 진영과는 근본적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젠더 이슈는 극우 포퓰리즘의 중요한 동원 수단이기도 하다. ‘젠더 이데올로기’ 반대, LGBTI+ 권리 제한, 전통적 가족 구조 보호 등은 보수적 유권자들을 결집시키는 핵심 의제가 되고 있다. 특히 동유럽 국가들에서는 이러한 문화 전쟁적 양상이 더욱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경제 정책의 모순과 복합성

극우 포퓰리즘 정당들의 경제 정책은 상당한 모순과 복합성을 보인다. 한편으로는 자유시장 경제를 지지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적 보호 정책을 강화하자고 주장한다. 이는 전통적인 좌우 구분을 무너뜨리는 새로운 정치적 조합이다.

프랑스 국민연합의 경우 ‘경제적 애국주의’를 내세우면서 보호무역주의와 복지 확대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퇴직연금 개혁 반대, 최저임금 인상, 부유세 부활 등은 전통적인 좌파 정책과 유사하지만, 이를 ‘프랑스인 우선주의’와 결합시키고 있다. 이러한 정책 조합은 기존 정치 스펙트럼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새로운 현상이다.

독일 AfD도 동부 지역에서는 ‘사회적 시장경제’를 강조하면서 기존 정당들이 소홀히 한 노동자들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이나 연금 보장 등에서는 좌파당(Die Linke)과 유사한 입장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경제 정책의 모호성은 극우 정당들이 다양한 계층의 지지를 받을 수 있게 하는 전략적 자산이다. 중산층에게는 세금 감면을, 노동자층에게는 복지 확대를, 기업가들에게는 규제 완화를 약속하면서 폭넓은 연합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

국제 관계와 지정학적 영향

극우 포퓰리즘의 확산은 유럽의 대외 관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까지 많은 극우 정당들이 푸틴의 러시아를 모델로 삼거나 우호적 관계를 유지했다. 마리 르펜의 국민연합이나 이탈리아의 리가 등은 러시아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되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상황이 복잡해졌다. 대부분의 극우 정당들이 공개적으로는 러시아의 침공을 비난하면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에는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는 반전 정서와 자국 우선주의를 결합한 정치적 계산으로 해석된다.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유사한 복잡성이 나타난다. 경제적으로는 중국과의 교역 확대를 지지하면서도, 문화적·이념적으로는 중국의 영향력 확산을 경계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과정에서 중국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강화되면서, 극우 정당들도 ‘반중 정서’를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과의 관계에서는 트럼프 현상과의 연계성이 주목된다. 많은 유럽 극우 정당들이 트럼프의 정치 스타일과 정책을 모델로 삼고 있으며, 실제로 정치적 교류도 활발하다. 이는 대서양을 가로지르는 포퓰리즘 네트워크의 형성을 시사한다.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도전

극우 포퓰리즘의 확산이 가져오는 가장 심각한 우려는 민주주의 제도 자체에 대한 도전이다. 많은 극우 정당들이 ‘진정한 민중의 의지’를 내세우면서 기존의 제도적 제약을 우회하거나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정책 차이를 넘어 민주주의의 근본 원칙에 대한 위협으로 평가된다.

사법부 독립성에 대한 공격이 대표적인 예다. 폴란드의 PiS 정부는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 했고, 헝가리의 오르반 정부도 유사한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이들은 ‘주권적 민주주의’나 ‘기독교 민주주의’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질적으로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훼손하고 있다.

언론의 자유에 대한 제약도 심각한 문제다. 헝가리에서는 정부 친화적 언론사들이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으며, 독립 언론사들은 재정적 압박을 받고 있다. 폴란드에서도 공영방송에 대한 정치적 통제가 강화되었다가 최근 정권 교체와 함께 일부 개선되고 있다.

시민사회에 대한 압박도 지속되고 있다. NGO들에 대한 외국인 자금 규제, 성소수자 단체에 대한 탄압, 여성 단체 활동 제약 등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다원주의적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인 시민사회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결론

극우 포퓰리즘의 유럽 확산은 더 이상 일시적이거나 주변적 현상이 아니다. 이는 유럽 사회의 구조적 변화와 깊이 연결된 지속적 현상으로, 향후 유럽 정치의 중요한 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4년 유럽의회 선거 결과는 이러한 변화가 개별 국가를 넘어 유럽 전체 차원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극우 포퓰리즘이 제기하는 문제들 중 일부는 실제로 유럽 사회가 직면한 현실적 과제들이다. 경제적 불평등 확대, 글로벌화로 인한 전통적 공동체의 해체, 급속한 사회 변화에 대한 적응 부담 등은 분명히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다. 문제는 극우 정당들이 제시하는 해법이 배타적 민족주의와 권위주의적 통치로 귀결된다는 점이다.

전통적 정치 세력들은 이러한 도전에 보다 근본적이고 창의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단순히 극우 정당의 의제를 모방하거나 도덕적 우위를 내세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유권자들의 구체적 불안감과 요구에 부응하는 실질적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동시에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지켜나가는 섬세한 균형감이 필요하다.

유럽연합 차원에서도 이러한 변화에 대한 체계적 대응이 요구된다. 회원국의 법치주의 후퇴에 대한 견제 메커니즘을 강화하면서도, 각국의 민주적 선택을 존중하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 또한 극우 포퓰리즘 확산의 근본 원인인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

결국 극우 포퓰리즘의 도전은 유럽 민주주의의 성숙도를 시험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이 도전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유럽의 미래가 더욱 포용적이고 민주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수도 있고, 분열과 갈등의 늪에 빠질 수도 있다. 역사의 갈림길에 선 유럽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을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