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방위산업 호황이 투자자들에게 남긴 기회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지 벌써 3년이 가까워지고 있다. 그동안 전 세계는 급변하는 안보 환경을 목격했고, 특히 유럽은 수십 년 만에 가장 큰 군사적 위기에 직면했다. 하지만 위기는 언제나 기회를 동반한다. 유럽 방위산업계는 2022년 2월 이후 연평균 4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에게 놀라운 수익을 안겨주고 있다.

숫자로 보는 유럽 방위산업의 성장

독일 라인메탈의 주가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100유로 미만에서 900유로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단순한 주가 상승을 넘어서는 구조적 변화를 의미한다. 프랑스 탈레스는 87.41%, 영국 BAE는 115.6%, 독일 라인메탈은 437.22% 급등했다.

이런 엄청난 성장 뒤에는 탄탄한 기본기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EU 회원국들은 평균적으로 GDP의 1.9% 수준인 3천345억 달러를 방위비로 지출했으며, 이는 2021년 대비 약 30% 증가한 수치다. 그리고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디펜스 슈퍼사이클의 진짜 의미

‘디펜스 슈퍼사이클’이라는 용어가 금융가에서 자주 등장하고 있다. 유럽 방위예산은 2023년부터 2035년까지 연평균 6.1% 성장할 예정이며, 이는 미국(1.7%), 러시아(3.2%), 중국(3.1%)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더 놀라운 것은 유럽의 글로벌 국방비 지출 비중이 현재 16%에서 2029년 21%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일시적 증가가 아니라 장기적인 구조 변화를 시사한다.

왜 지금이 기회인가?

유럽 각국 정부는 더 이상 국방비를 선택사항으로 보지 않는다. 마르크 뤼터 NATO 사무총장은 나토의 국방비 지출 목표가 GDP 대비 3%를 훨씬 상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2014년 합의된 2% 목표치를 크게 상향한 것으로, 앞으로 수년간 유럽 방위산업에 엄청난 자금이 유입될 것임을 의미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유럽의 국방 투자가 매년 수천억 유로씩 증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정치적 의지는 투자자들에게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수익 기회를 제공한다.

미국과 다른 유럽의 특별함

흥미롭게도 미국 방산업체들은 유럽만큼 뜨겁지 않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록히드 마틴은 20.67%, 노스롭 그루먼 11.86%, RTX 7.7% 등 상대적으로 낮은 주가 상승률을 보였다.

이는 미국 군사 예산이 2033년까지 실질적으로 동결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반면 유럽은 수십 년간의 평화 배당금 이후 본격적인 재무장에 나서고 있어 성장 잠재력이 훨씬 크다.

투자할 만한 기업들

골드만삭스는 탈레스의 12개월 목표주가를 170유로로, 라인메탈은 606유로로 제시하며 여전히 상승 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라인메탈, 사브, 레오나르도가 새로운 글로벌 방위 슈퍼사이클의 톱픽으로 꼽히고 있다. 이들 기업은 유럽의 방위산업 성장을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대표 주자들이다.

한국 기업에게도 기회

유럽의 방위산업 호황은 한국에게도 기회다. 폴란드는 K-2흑표 전차를 필두로 K-9 자주포, FA-50 항공기 등 약 20조 규모의 한국 군사전력을 도입하겠다고 밝혔으며, EU 방위산업계에서는 ‘코리안 인베이전’이라고 부를 정도의 충격을 받았다.

한국의 방위산업 수출액은 2021년 약 73억 달러, 2022년 173억 달러로 급증했으며, 과거 아시아와 북미 중심에서 중동, 유럽, 중남미,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등으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앞으로의 전망

유럽 방산 시장 규모는 2025년 104.5억 달러에서 연평균 0.04% 성장해 2030년 104.8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런 보수적 전망도 현재 진행 중인 지정학적 변화를 완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

라인메탈의 주문 잔량이 630억 유로에 달하고 매출의 70%가 해외에서 나온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럽 방위산업의 성장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마무리: 역사적 기회를 놓치지 말자

세상이 불안해질 때 방위산업은 성장한다. 이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런 구조적 변화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유럽의 방위산업 호황은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향후 10년간 지속될 메가트렌드의 시작이다.

다만 투자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방위산업은 정치적 변수에 민감하고, 개별 기업의 실적 변동성도 클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유럽의 재무장이라는 역사적 흐름 속에서 탄생한 이 기회는 놓치기 아까운 투자처가 될 수 있다.

결국 투자는 미래를 보는 눈이다. 그리고 지금 유럽 방위산업의 미래는 그 어느 때보다 밝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