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삼성운용의 KODEX 200 ETF에 하루 만에 523억 원의 개인투자자 자금이 쏟아진 것이다. 이는 전체 ETF 중 개인 순매수 1위를 기록했으며, 한국거래소 전체에서도 두산에너빌리티, 한화오션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도대체 왜 개인투자자들이 갑자기 KODEX 200에 이토록 열광하고 있을까?
허니문 랠리의 진짜 의미
새 정부가 출범하면 증시에는 ‘허니문 랠리’라는 현상이 나타난다. 신혼부부의 달콤한 시간에 빗댄 이 용어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새로운 경제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져 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뜻한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코스피는 단 이틀 만에 110포인트 상승하며 2800선을 돌파했다. 지난 11개월 만에 최고치다. 외국인들도 이틀간 무려 2조 원을 쓸어담으며 이 흐름에 동참했다.
하지만 이번 허니문 랠리가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다. 과거와 달리 개인투자자들이 ETF라는 똑똑한 선택을 했다는 점이다.
KODEX 200이 받는 특별한 사랑
KODEX 200은 코스피 200지수를 그대로 따라가는 ETF다. 국내 대형주 200개에 분산투자하는 효과를 낸다. 복잡한 개별 종목 분석 없이도 한국 대표기업들의 성장에 함께할 수 있다.
특히 이 상품이 개인투자자들에게 인기인 이유는 세금 혜택이 크다. 국내주식형 ETF는 매매차익에 대해 비과세다. 해외주식형 ETF는 양도소득세가 붙지만, KODEX 200은 아무리 많이 벌어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
임태혁 삼성운용 ETF운용본부장은 “코스피는 여전히 팬데믹 이후 고점을 회복하지 못한 몇 안 되는 주요국 지수로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다”고 분석했다.
빚투족들까지 나선 이유
흥미로운 점은 ‘빚투(빚내서 투자)’까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증시 전체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18조 5,530억 원을 기록하며 10개월 만에 최대치를 찍었다. 작년 말 대비 17.3%나 증가한 수치다.
이는 투자자들이 허니문 랠리에 ‘올인’하고 있다는 신호다. 그런데 왜 하필 KODEX 200일까?
답은 간단하다. 개인투자자들이 이제 똑똑해졌기 때문이다. 개별 종목의 위험성을 피하면서도 한국 경제 전반의 성장에 베팅하고 싶어한다. KODEX 200은 이런 니즈에 딱 맞는 상품이다.
ETF 투자의 새로운 시대
사실 개인투자자들의 ETF 투자는 코로나19 이후 폭발적으로 늘었다. 팬데믹 이전까지 개인투자자의 ETF 누적 순매수 금액은 6조 2천억 원에 불과했지만, 이후 20조 원 이상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문제도 있었다.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레버리지나 인버스 같은 파생형 ETF에 몰렸기 때문이다. 이런 상품들은 단기 투기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어서 장기투자에는 부적합하다.
그런데 이번 KODEX 200 열풍은 다르다. 개인투자자들이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상품을 선택하기 시작했다는 신호기 때문이다.
코스피 5000 시대는 올까?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코스피 5000 시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현재 2800 수준에서 5000까지 가려면 약 78% 상승이 필요하다. 불가능한 숫자는 아니다.
실제로 새 정부는 상법 개정, 자사주 소각 의무화, 지배구조 개편 등을 통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약속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도 추진 중이다.
문제는 이런 정책들이 실제로 실행될지, 그리고 얼마나 효과를 낼지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높다.
위험신호도 놓치면 안 된다
물론 주의할 점도 있다. 허니문 랠리는 ‘속설’이지 ‘법칙’이 아니다. 과거를 보면 노무현(-10.3%), 이명박(-6.8%), 박근혜(-0.3%) 정부 때는 오히려 주가가 하락했다.
또한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급증한 것은 과열 신호일 수 있다. 투자자들이 너무 성급하게 레버리지를 늘리고 있는 건 아닌지 경계해야 한다.
그래도 ETF는 현명한 선택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투자자들이 KODEX 200을 선택한 것은 현명한 판단이다. 개별 종목에 올인하는 것보다는 훨씬 안전하고, 한국 경제 전반의 성장에 베팅할 수 있다.
특히 미국 증시가 불안하고 환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는 국내 대표지수에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세금 혜택까지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앞으로의 전망
KODEX 200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이 구체적으로 발표되고 실행되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자금 유입이 예상된다.
다만 투자자들은 냉정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 허니문 랠리는 언제든 끝날 수 있고, 단기 변동성에 휘둘리지 않는 장기 관점이 필요하다.
마무리: 코스피에도 지수추종의 시대가?
결국 이번 KODEX 200 열풍은 ‘지수추종 투자’가 코스피에도 적용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최근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S&P500 지수 추종은 보편적인 전략이 되었지만, 이러한 흐름이 코스피에서 적용되는 사례는 처음이라고 볼 수 있다.
523억 원이라는 숫자 뒤에는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의 한국 경제에 대한 믿음이 담겨 있다. 그 믿음이 현실이 될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똑똑한 선택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