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시아에서 시작된 ‘새로운 전쟁’의 시대

드론과 미사일이 바꾼 분쟁의 패러다임

드론과 정밀 미사일이 핵무기보다 먼저 등장하는 전쟁이 시작됐다.

2025년 5월 7일, 새벽 5시경 인도군이 파키스탄령 카슈미르와 펀자브 지역 9곳을 겨냥해 신두르 작전을 시작했다. 파키스탄도 즉각 분야눈-마르수스 작전으로 맞받았다. 하지만 이번 충돌에서 주목할 점은 전투 양상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드론과 정밀 미사일을 집중적으로 사용했고, 파키스탄군 자폭 드론 약 400여 대가 36개 도시 상공에 대거 부유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전통적인 핵 억제력보다는 실시간으로 타격할 수 있는 드론 전술이 분쟁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78년 카슈미르 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4월 파할감 테러가 모든 것을 바꿨다.

2025년 4월 22일 잠무 카슈미르 아난트나그 파할감에서 발생한 테러 공격으로 관광객 최소 26명이 죽고 20명 이상이 다쳤다. 저항 전선(TRF)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지만, 인도는 파키스탄을 배후로 지목했다.

문제는 이번 사건이 단순한 테러가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무력 사용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인도가 파키스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펀자브주를 공격한 것은 약 50년 만으로, 이는 군사적 충돌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징후였다.

드론이 전쟁의 룰을 바꾼다

비용 대비 효과가 게임체인저가 됐다.

이번 충돌에서 드론의 활용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전차를 파괴하는 데 사용되는 드론의 가격은 포탄보다 저렴할 정도로 비용 대비 효과가 크다. 1,500~3,000달러에 불과한 상업용 드론이 수억 원짜리 무기체계를 무력화시키는 상황이 벌어졌다.

파키스탄은 인도의 방공망을 뚫기 위해 중국제 중장거리 지대공 미사일로 방공망을 현대화했지만, 아직 미숙한 방공망이 고스란히 허점을 노출했다. 반면 인도도 러시아제 S-400, 이스라엘제 바락 8 등 첨단 방공 시스템을 갖췄지만 드론 공격을 완전히 막아내지는 못했다.

전 세계 분쟁 지역에 확산되는 새로운 패턴

우크라이나에서 중동까지, 드론 전쟁 시대가 도래했다.

남아시아에서 시작된 이런 패턴은 이미 다른 지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전쟁 초기 튀르키예의 대형 드론 바이라크타르 TB2로 러시아의 방공망을 뚫자 러시아는 바이라크타르 TB2를 탐지·격추하는 능력을 빠르게 갖추었고, 우크라이나는 다시 소형 드론을 사용하는 전술로 변화를 꾀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분쟁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관찰된다. 2025년 6월 13일 이스라엘은 이란 전역의 10여 개 지점에 있는 표적을 공격했고, 이란도 이스라엘을 가로지르는 표적에 150개 이상의 탄도 미사일과 드론 100개 이상을 이용하여 대규모 공격을 개시했다.

미중 신냉전 구도 속 남아시아의 새로운 의미

지정학적 요충지에서 벌어지는 군사 기술 실험장.

카슈미르 지역은 인도와 파키스탄이 마주하는 국경지역이기도 하지만 중국과 아프가니스탄까지 접하고 있는 지정학적 요충지로 평가된다. 중국은 파키스탄과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을 통해 긴밀한 군사 및 경제적 협력관계를 맺고 있고, 인도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핵심 파트너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구도에서 남아시아 분쟁은 단순한 지역 갈등을 넘어 미중 경쟁과 그에 따른 국제질서 재편 시도의 실험장이 되고 있다. 드론과 미사일 중심의 새로운 전쟁 방식이 이 지역에서 먼저 실전 테스트되고 있는 셈이다.

핵무기 시대의 역설

핵 억제력이 오히려 새로운 형태의 분쟁을 불러왔다.

전문가들은 인도와 파키스탄이 둘 다 핵보유국이기 때문에 ‘심리적 억제력’이 생겨 전면전으로 확전할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이 때문에 오히려 핵무기 사용 임계점 아래에서 더 대담한 군사 행동이 가능해졌다.

결국 양국은 핵무기라는 최종 보복 수단을 의식하면서도, 그 선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드론과 미사일을 이용한 정밀 타격에 집중하게 됐다. 이는 냉전 시대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형태의 분쟁 패턴이다.

국제사회의 대응과 한계

기존 갈등 해결 메커니즘으로는 역부족.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세계는 인도와 파키스탄 간의 군사적 갈등을 허용할 수 없다”며 경고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감을 표하며 양국의 긴장 상태가 빨리 해소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존의 외교적 중재만으로는 이런 새로운 형태의 분쟁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기 어렵다.

중국과 러시아도 자제를 촉구했지만, 근본적으로는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미국은 적극적 개입과 중재 역할을 시도하고 있지만, 동시에 여러 지역에서 벌어지는 분쟁들을 모두 관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한국에 주는 시사점

우리도 드론 전쟁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2022년 12월 발생한 북한 드론의 서울 상공 침입에 대한 대응책으로 소형드론 개발에 박차를 가해, 지난해에 소형 정찰드론 등의 개발을 성공한 바 있다. 하지만 남아시아에서 벌어진 드론 대량 운용 사례를 보면, 우리의 준비가 충분한지 재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안티 드론무기 개발은 드론보다 더 많은 첨단기술이 요구되는데, 상대방 드론을 탐지·식별하는 레이더, 탐지·식별 정보의 유통과 의사결정을 위한 지휘통제시스템, 그리고 타격 수단 등 세 가지 요소가 모두 중요하다.

새로운 전쟁 시대의 교훈

기술이 전쟁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남아시아에서 벌어진 인도-파키스탄 충돌은 단순한 지역 분쟁이 아니다. 드론과 정밀 미사일이 주도하는 새로운 형태의 전쟁이 어떤 모습인지 보여주는 실전 사례다.

전통적인 핵 억제 이론이나 재래식 전쟁 개념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새로운 분쟁 양상이 등장했다. 비용 대비 효과가 뛰어난 드론과 정밀 무기가 기존 군사 균형을 뒤흔들고 있고, 이는 전 세계 분쟁 지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앞으로 국제사회는 이런 새로운 형태의 분쟁에 대응할 수 있는 규범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각국은 드론 시대에 맞는 방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남아시아에서 시작된 변화는 이제 전 세계의 안보 환경을 바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