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급변, 3년 만의 역성장과 스태그플레이션 경고음

올해 들어 미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2025년 1분기 미국의 실질 GDP 성장률이 전기 대비 연율 기준 -0.3%를 기록하며 2022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 -0.2%를 하회하는 수치로, 미국 경제의 탄탄함을 자랑하던 지난 몇 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예상보다 심각했던 경기 둔화

2024년 4분기 실질 GDP는 2.4% 상승했던 것과 비교하면 그 낙폭이 상당하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번 역성장이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순수출 급감, 정부지출 감소, 소비 둔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미국 경제의 전반적인 활력이 저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수입의 증가와 소비자 지출 둔화, 정부지출의 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데, 이는 미국 경제의 성장 엔진이던 내수와 정부 부문이 동시에 약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반면 투자 및 수출의 증가가 어느 정도 이를 상쇄했지만, 전체적인 하방 압력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현실로?

경제 성장률 둔화와 함께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물가 상승 압력이다. 근원 PCE 물가상승률이 3.5%로 전분기 2.6% 대비 상승했고, 3월의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2.4%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도 물가는 오르는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 초기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JPMorgan을 비롯한 주요 금융기관들이 2025년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선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을 하회할 우려가 존재하고, 공급측면의 충격이 지속될 경우 본격적인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 양날의 검

이번 경기 둔화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관세에 앞선 선제 수입 등에 기인한 부분이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이는 기업들이 관세 인상에 대비해 미리 물건을 들여놓으면서 무역수지에 악영향을 줬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같은 결과를 바이든 정부의 탓으로 돌리며 “나는 1월 20일까지 정부를 인수하지 않았으며, 관세가 부과되기 시작하면 기업들이 미국으로 이전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2분기에는 무역수지 반전으로 성장률 반등이 예상되나, 높은 불확실성, 고율 관세 등으로 하반기부터 하방압력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달러 약세와 금융시장 동요

미국 경제의 부진은 달러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달러화는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Fed 내에서도 디플레 우려론이 점차 부상하고 있는 등 당국자들의 코멘트는 약세에 보다 우호적인 환경으로 조성되고 있다.

글로벌 무역긴장 완화 기대가 이어지며 미국 주가 상승, 달러화 강세. 국채금리는 1분기 GDP 역성장 등 경제지표 둔화로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에서는 혼재된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연준의 딜레마, 금리 정책 갈림길

이런 상황에서 연준의 통화정책은 더욱 복잡해졌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7월 금리인하 재개 기대가 유지되고 있으나, 연준 위원들이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을 강조하고 있어 신중한 접근이 예상된다.

경기 부진으로는 금리를 내려야 하지만, 인플레이션 압력 때문에 성급한 완화는 어려운 진퇴양난에 빠진 것이다. 연준은 향후 24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75베이시스포인트 인하하는데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과거와 같은 대폭적인 완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한국에 미치는 파급효과

미국 경제의 이런 변화는 한국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우리 경제는 2025년에 건설업 부진과 통상 여건 악화로 0.8% 성장하는 데 그친 후, 2026년에는 통상분쟁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완만한 내수 회복으로 1.6%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미국의 경기 둔화가 뚜렷한 가운데, 유럽, 일본 경제도 동반 부진할 전망이어서 글로벌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처럼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게는 더욱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환율 변화 자체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보다는, 그 원인에 따른 물가상승률 변동폭과 지속성을 감안하여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전망과 대응 방안

내년 상반기까지 소비가 살아나기는 어려워 보이며, 반등의 계기가 나온다면 U자형 회복이 가능하겠지만, 내수 침체 속에 수출 경기마저 둔화되면서 우리나라 경제가 ‘L’자형 장기 침체 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경험이 있기 때문에 트럼프 노믹스 2.0을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으나, 금리 인상 등 우리의 예상과 다르게 흘러갈 가능성에 대비해 늘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할 것이라는 전문가 조언도 주목할 만하다.

결국 2025년은 미국 경제의 급변과 함께 글로벌 경제 전체가 요동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악몽이 현실이 되지 않도록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교한 정책 조율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