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인 배당 수익을 노리고 SCHD(슈왑 미국 배당주 ETF)에 투자했던 사람들이 2025년 5~6월 당황스러운 결과를 마주했다. 5년간 수익률을 비교해보면 SCHD는 52% 상승에 그쳤지만, SPY는 93%, QQQ는 117%, VTI도 88%나 올랐다.
“배당주라서 수익률이 낮은 건 당연하지 않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훨씬 복잡한 이유들이 얽혀있었다. SCHD가 유독 부진했던 진짜 원인을 파헤쳐보자.
에너지 비중 21%가 발목을 잡았다
SCHD 포트폴리오에서 에너지 섹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21%다. 일반적인 지수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그런데 2025년 상반기에 유가가 예상과 정반대로 움직였다.
원래 전문가들은 2025년 상반기 유가 상승을 전망했다. 하지만 4월 말부터 급격한 하락이 시작됐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저유가 정책과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주요 산유국들의 증산 기조가 겹치면서 정유주들이 크게 타격을 받았다.
SCHD에 편입된 에너지 기업들이 줄줄이 하락하자 전체 ETF 성과도 덩달아 부진해졌다. 21%라는 높은 비중 때문에 에너지 섹터의 충격이 다른 ETF보다 훨씬 크게 느껴진 것이다.
연 1회 리밸런싱의 불운한 타이밍
SCHD는 다우존스 미국 배당 100 지수와 달리 연 1회만 리밸런싱을 실시한다. 2025년 초 리밸런싱에서는 에너지와 필수소비재 비중이 확대됐는데, 이것이 후에 발생한 정책 리스크와 시기적으로 겹치면서 악재가 됐다.
6월 1일부터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대폭 올렸다. 일부 소비재는 관세율이 최대 54%까지 치솟았다. 홈디포나 코카콜라 같은 필수소비재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았고, 연초에 이런 섹터 비중을 늘린 SCHD는 이중고를 겪게 됐다.
연 1회 리밸런싱이라는 특성상 한 번 비중이 정해지면 1년 내내 그대로 가야 하는데, 하필 정책 변화 직전에 관세 타격을 받을 섹터들의 비중을 늘린 것이 불운이었다.
금리 4% 벽이 배당주 매력을 떨어뜨렸다
2025년 6월 18일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4.39%까지 올랐다. SCHD의 배당 수익률이 약 4% 수준인데, 국채 수익률이 이보다 높아지자 상대적 매력이 떨어졌다.
원래 시장에서는 연준이 6월부터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경제 지표들이 예상보다 좋게 나오고 물가도 쉽게 떨어지지 않으면서 금리 인하 기대가 흔들렸다.
무위험 자산인 국채로도 4% 이상 수익을 낼 수 있는데, 굳이 변동성이 있는 배당주에 투자할 이유가 줄어든 것이다.
5월 악재 징크스까지 겹쳤다
‘5월에 팔고 떠나라(Sell in May and go away)’는 오래된 투자 격언이 있다. 5월부터 10월까지는 시장 성과가 약하니 피하고, 11월부터 4월까지의 강세장을 노리라는 뜻이다.
2025년에는 이 격언이 특히 SCHD에게 현실이 됐다. 서구권의 긴 휴가철과 거래량 감소, 기업 실적 발표로 인한 유동성 부족이 겹쳤다. 배당주는 보통 연말 배당 시즌인 11~4월에 인기가 높은데, 5~6월은 상대적으로 관심이 떨어지는 시기였다.
이제 회복될 수 있을까?
다행히 이런 부진 요인들은 대부분 일시적인 성격이 강하다. 몇 가지 긍정적인 신호들도 보인다.
기술적 분석에 따르면 유가가 과거 지지선인 36달러까지 떨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한다. MACD 지표도 상승세 지속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어 에너지 섹터 회복 여지가 있다.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타겟 같은 주요 기업들이 적응 전략을 마련하면 실적도 안정화될 수 있다. 연준의 정책 방향이 명확해지면 배당주에 대한 투자 심리도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배당주 투자의 숨겨진 리스크
SCHD의 2025년 부진은 단순한 시장 조정이 아니라 여러 구조적 요인이 한 번에 터진 결과였다. 에너지 편중, 리밸런싱 타이밍, 금리 환경 변화가 모두 겹치면서 ‘완벽한 폭풍’이 만들어졌다.
이번 사례를 통해 배당주 ETF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섹터 편중 리스크, 연 1회 리밸런싱의 경직성, 금리 민감도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여전히 배당주 투자는 의미가 있다. 중요한 건 맹목적인 투자가 아니라 리스크 요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대비하는 것이다.
SCHD의 일시적 부진이 배당주 투자 전체를 부정하는 이유는 아니다. 오히려 더 현명한 투자자가 되기 위한 값진 교훈으로 받아들이는 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