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조직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부서 간 벽이 높아 소통이 어렵거나, 서로 다른 전문 분야 사람들끼리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을 자주 마주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역할이 바로 ‘경계-spanner(Border Spanner)’다.
경계-spanner는 조직 내 서로 다른 부서, 팀, 전문 영역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들은 단순히 메신저 역할을 넘어서 정보를 번역하고, 관계를 중재하며, 협력을 이끌어내는 핵심 인물이다.
경계-spanner란 무엇인가?
경계-spanner는 조직 이론에서 나온 개념으로, 서로 다른 조직 경계를 넘나들며 정보와 자원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이들은 보통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 다양한 네트워크 보유: 여러 부서나 팀과 폭넓은 인맥을 유지한다
- 번역 능력: 서로 다른 전문 용어나 관점을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한다
- 신뢰 관계: 다양한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신뢰를 받는다
- 협상 및 조정 능력: 갈등 상황에서 중재자 역할을 수행한다
프로젝트 성과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
1. 정보 흐름 개선과 의사결정 속도 향상
경계-spanner가 있는 프로젝트에서는 정보가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된다. 기술팀에서 나온 문제점을 마케팅팀이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거나, 고객의 요구사항을 개발진에게 명확히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갤럭시 개발 프로젝트에서도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디자인팀 사이를 연결하는 제품기획자들이 경계-spanner 역할을 하며 제품 완성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2. 혁신과 창의성 증대
서로 다른 분야의 지식이 만날 때 혁신이 일어난다. 경계-spanner는 이런 지식의 교차점을 만들어내는 촉매 역할을 한다.
스티브 잡스가 대표적인 예인데, 그는 기술과 디자인, 마케팅을 넘나들며 애플의 혁신적인 제품들을 탄생시켰다. 그 역시 여러 분야의 경계를 넘나드는 경계-spanner였다.
3. 갈등 해결과 협력 증진
프로젝트에서 부서 간 갈등은 피할 수 없다. 각자의 목표와 우선순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경계-spanner는 이런 갈등 상황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며, 서로의 입장을 이해시키고 타협점을 찾아낸다.
예를 들어, 개발팀이 기술적 완성도를 중시하는 반면 영업팀은 빠른 출시를 원할 때, 경계-spanner는 두 팀의 관점을 조율해 최적의 해결책을 찾아낸다.
4. 학습과 지식 공유 촉진
경계-spanner는 한 부서에서 얻은 교훈이나 노하우를 다른 부서에 전파하는 역할도 한다. 이를 통해 조직 전체의 학습 능력이 향상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된다.
구글의 경우 ‘20% 시간’ 정책을 통해 직원들이 다른 팀의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데, 이런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경계-spanner가 양성된다.
경계-spanner가 부족할 때 나타나는 문제점
사일로 현상 심화
각 부서가 자신들만의 영역에 갇혀 소통하지 않는 사일로 현상이 심해진다. 이로 인해 중복 업무가 발생하거나,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작업해 결과적으로 프로젝트 전체가 비효율적이 된다.
의사결정 지연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잘못된 판단을 하거나, 의사결정 자체가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기술적 복잡성이 높은 프로젝트에서는 이런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나타난다.
혁신 기회 상실
서로 다른 분야의 아이디어가 결합되지 못해 혁신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각 팀이 가진 강점을 조합하지 못해 평범한 결과물만 나오는 경우가 생긴다.
효과적인 경계-spanner 육성 방법
1. 다양한 경험 기회 제공
직원들이 여러 부서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순환 보직이나 프로젝트 참여 기회를 늘린다. 이를 통해 다양한 관점을 이해하고 폭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
2. 소통 스킬 교육 강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게 번역하는 능력을 기른다. 이를 위해 프레젠테이션 스킬, 협상 기법, 갈등 관리 등의 교육을 제공한다.
3. 인센티브 시스템 구축
경계-spanner 역할을 하는 직원들에게 적절한 보상과 인정을 제공한다. 이런 역할이 단순히 추가 업무가 아니라 조직에 꼭 필요한 가치 있는 일임을 인식시킨다.
4. 조직 문화 개선
부서 간 경계를 허물고 협력을 장려하는 문화를 만든다. 성과 평가에서도 개별 부서의 성과뿐만 아니라 협력 정도도 함께 고려한다.
성공적인 경계-spanner 활용 사례
토요타의 치프 엔지니어 제도
토요타는 차량 개발 프로젝트에서 치프 엔지니어가 기획, 설계, 제조, 마케팅 등 모든 부서를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이들은 기술적 전문성과 함께 부서 간 소통 능력을 겸비한 대표적인 경계-spanner다.
3M의 기술 플랫폼 전략
3M은 핵심 기술을 여러 사업부가 공유할 수 있도록 기술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를 관리하는 전담 인력을 둔다. 이들이 각 사업부의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는 경계-spanner 역할을 한다.
미래의 경계-spanner 역할 변화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경계-spanner의 역할도 변화하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뿐만 아니라,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협업 촉진,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지원 등의 역할도 중요해졌다.
또한 원격근무가 일반화되면서 물리적 거리를 극복하고 가상 환경에서도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마무리
경계-spanner는 프로젝트 성공의 숨은 열쇠다. 이들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서 조직의 경계를 허물고, 협력을 이끌어내며, 혁신을 촉진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위해서는 경계-spanner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런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투자해야 한다. 조직의 벽을 허물고 진정한 협력을 이끌어낼 때, 프로젝트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