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개론 25. 환경법·사회법 – 환경보호 원칙·복지·사회보장법과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법 제도

미세먼지로 뒤덮인 하늘을 보며 마스크를 착용하고,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을 체감하며,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빈곤 문제를 목격하는 것이 현대인의 일상이 되었다. 산업화와 경제성장이 가져온 풍요로움 뒤에는 환경파괴와 사회적 불평등이라는 그림자가 따라왔다. 전통적인 민법과 형법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새로운 차원의 문제들이 등장한 것이다. 환경법과 사회법은 바로 이런 현대사회의 복합적 문제들에 대응하기 위해 발전한 법 영역으로, 지속가능한 발전과 사회통합이라는 인류 공동의 과제를 법적으로 구현하고자 한다.

환경법의 등장 배경과 기본 원리

환경법은 20세기 후반 환경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1960년대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이 화학농약의 위험성을 고발한 이후, 환경보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급격히 높아졌다. 1972년 스톡홀름 인간환경회의를 계기로 환경권이 인간의 기본권으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각국은 환경보호를 위한 법제도를 정비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1980년 헌법에서 환경권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명시했다. 헌법 제35조는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환경권을 국민의 주관적 권리로 보장하는 동시에, 국가와 국민에게 환경보전의 의무를 부과하는 객관적 가치질서로도 기능한다.

환경법의 기본원리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발전의 원칙이다. 이는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면서도 미래 세대가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을 손상시키지 않는 발전을 의미한다. 단순히 환경보호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보전과 경제발전의 조화를 통해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사전예방의 원칙도 환경법의 핵심원리다. 환경피해는 한번 발생하면 회복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경우가 많으므로, 사후 대응보다는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환경영향평가제도, 사전환경성 검토제도 등이 도입되어 개발사업의 환경에 대한 영향을 미리 평가하고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오염원인자 부담원칙은 환경오염을 유발한 자가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는 환경비용을 사회 전체가 아닌 오염을 발생시킨 당사자가 부담하도록 함으로써 공정성을 확보하고, 오염방지를 위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환경부담금, 배출부과금 등이 이 원칙을 구현하는 대표적 제도다.

환경보호를 위한 법적 수단

환경보호를 위한 법적 수단은 크게 규제적 수단과 경제적 수단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규제적 수단은 직접적인 명령과 통제를 통해 환경오염을 방지하는 방법으로, 배출허용기준 설정, 총량규제, 시설기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는 확실한 규제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경제적 효율성이 떨어지고 기술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경제적 수단은 시장메커니즘을 활용하여 환경보호를 유도하는 방법이다. 환경세, 배출권거래제, 환경부담금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경제적 효율성을 높이고 기술혁신을 유도할 수 있지만, 규제효과가 불확실하고 소득분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최근에는 두 방법을 적절히 조합하는 정책믹스 접근법이 주목받고 있다.

환경영향평가제도는 대규모 개발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평가하고 저감방안을 마련하는 제도다. 도로, 철도, 공항, 산업단지 등의 개발사업은 반드시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하며, 평가 결과에 따라 사업계획을 수정하거나 중단할 수 있다. 이는 개발과 보전의 조화를 도모하는 핵심적 수단이다.

통합환경관리제도는 하나의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모든 오염물질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제도다. 기존에는 대기, 수질, 토양 등을 개별적으로 관리했지만, 이는 한 매체에서 다른 매체로 오염물질이 이동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통합관리를 통해 총체적인 환경개선 효과를 도모한다.

배출권거래제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시장기반 정책수단이다. 정부가 총배출량을 설정하고 배출권을 할당한 후, 기업들이 배출권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감축비용이 낮은 기업은 배출권을 판매하고, 감축비용이 높은 기업은 배출권을 구매함으로써 전체적으로 비용효율적인 감축이 가능하다.

기후변화 대응과 녹색전환

기후변화는 21세기 인류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도전 중 하나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극한기후 현상 증가, 생태계 파괴 등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여 국제사회는 파리협정을 체결하여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우리나라도 2020년 탄소중립 선언을 하고,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를 위해 녹색뉴딜 정책을 추진하고, 기후변화대응 관련 법제를 정비하고 있다. 탄소중립기본법이 제정되어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법적 기반이 마련되었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탄소중립의 핵심 과제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높이고, 화석연료 발전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 발전차액지원제도(FIT) 등의 정책수단이 활용되고 있다. 또한 에너지효율 향상, 수송부문 전기화, 산업부문 공정개선 등도 중요한 과제다.

순환경제로의 전환도 중요한 과제다. 기존의 대량생산-대량소비-대량폐기 구조에서 벗어나, 자원을 순환적으로 이용하는 경제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폐기물의 발생을 줄이고, 재사용과 재활용을 촉진하며, 바이오 기반 소재를 개발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자연기반해법(Nature-based Solutions)도 주목받고 있다. 이는 자연생태계의 기능을 활용하여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산림복원, 습지조성, 도시녹화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탄소흡수뿐만 아니라 생물다양성 보전, 물순환 개선, 대기질 향상 등 다양한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

사회법의 이념과 체계

사회법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불평등과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법 영역이다. 19세기 말 독일에서 시작된 사회보험제도가 그 출발점이며, 20세기를 거치면서 복지국가의 발전과 함께 체계화되었다. 사회법은 개인의 자유와 책임을 강조하는 전통적 사법과 달리, 사회연대와 국가의 적극적 역할을 통해 사회정의를 실현하고자 한다.

우리나라 헌법도 사회국가 원리를 명시하고 있다. 헌법 전문과 제1조에서 사회정의를 국가목표로 설정하고, 제34조에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와 국가의 사회보장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는 국가가 단순히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소극적 역할에 머물지 않고, 적극적으로 사회복지를 증진해야 한다는 의미다.

사회법의 기본 이념은 사회연대성이다. 사회 구성원들이 상호부조와 위험분산을 통해 공동으로 사회적 위험에 대처한다는 개념이다. 이는 개인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 사회 전체의 통합과 안정을 추구하는 것으로, 사회보험제도의 이론적 기초가 된다. 또한 최저생활보장의 원리를 통해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최소한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한다.

사회법은 크게 사회보장법, 사회보험법, 사회복지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사회보장법은 사회보장제도 전반을 규율하는 기본법적 성격을 가지며, 사회보험법은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사회보험제도를 다룬다. 사회복지법은 공공부조와 사회복지서비스를 규율한다.

사회보험제도와 국민연금

사회보험은 사회법의 핵심을 이루는 제도로, 국민들이 보험료를 납부하고 사회적 위험 발생 시 급여를 받는 강제보험이다. 우리나라는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의 4대 사회보험을 운영하고 있다. 사회보험은 민간보험과 달리 국가가 운영하는 강제보험으로, 소득재분배 기능과 사회연대 원리에 기초한다.

국민연금은 노령, 장애, 사망 등의 사회적 위험에 대비하는 소득보장제도다. 1988년 도입된 이후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현재는 18세 이상 60세 미만의 모든 국민이 가입 대상이다. 가입자가 납부한 보험료와 국가의 지원을 재원으로 하여 노령연금, 장애연금, 유족연금을 지급한다.

국민연금은 부분적립 방식과 부과방식을 결합한 혼합형 구조를 갖고 있다. 현재 세대가 납부한 보험료로 현재의 연금급여를 지급하는 동시에, 미래의 급여를 위해 기금을 적립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장기적 재정지속가능성이 우려되고 있어, 보험료 인상이나 급여 조정 등의 개혁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건강보험은 질병과 부상으로 인한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다. 1989년 전국민 건강보험이 달성된 이후, 보장성 확대와 의료비 절감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고액 치료비에 대한 본인부담 상한제, 선택진료비 폐지, 간병비 지원 등을 통해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있다.

고용보험은 실업에 대비한 사회보험으로, 실업급여와 적극적 고용정책을 결합한 제도다. 실직자에게 일정 기간 생계비를 지원하는 동시에, 직업훈련이나 취업알선을 통해 재취업을 촉진한다. 최근에는 고용형태의 다양화에 대응하여 특수형태근로종사자나 플랫폼 노동자까지 적용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공공부조와 기초생활보장

공공부조는 생활이 어려운 사람에게 국가가 무상으로 제공하는 최후의 사회안전망이다. 사회보험이 사전에 보험료를 납부한 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과 달리, 공공부조는 소득과 재산이 일정 기준 이하인 자에게 제공되는 비기여 급여다. 우리나라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대표적인 공공부조 제도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2000년에 제정되어 기존의 생활보호법을 대체했다. 기존 제도가 시혜적 성격이었다면, 새로운 제도는 국민의 권리로서 최저생활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근본적 변화를 가져왔다. 생계급여, 의료급여, 주거급여, 교육급여로 구분하여 맞춤형 지원을 제공한다.

수급권자가 되기 위해서는 소득인정액이 중위소득의 일정 비율 이하여야 한다. 소득인정액은 소득평가액과 재산의 소득환산액을 합한 것으로, 단순히 현재 소득만이 아니라 재산도 고려한다. 또한 부양의무자 기준도 있어서, 부양의무자가 있고 부양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수급에서 제외된다.

최근에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완화하고 있다. 가족 간 부양을 전제로 한 기준이 개인주의화된 현대사회에 적합하지 않고, 실제로는 부양받지 못하면서도 제도에서 배제되는 사각지대를 발생시킨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이 대폭 완화되었다.

긴급복지지원제도는 갑작스러운 위기상황에 처한 가구에게 신속하게 지원을 제공하는 제도다. 실직, 질병, 화재 등으로 생계유지가 곤란해진 경우 일시적으로 생계비, 의료비, 주거비 등을 지원한다. 선지원 후심사 원칙을 적용하여 신속한 지원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사회복지서비스와 사회적 돌봄

사회복지서비스는 현금급여가 아닌 서비스 형태로 제공되는 사회복지로, 개인과 가족의 기능 향상과 사회참여 촉진을 목적으로 한다. 아동복지, 노인복지, 장애인복지, 여성복지 등 다양한 영역으로 구분되며, 각각 고유한 특성과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동복지는 아동의 건전한 성장과 발달을 지원하는 서비스다. 보육서비스, 아동수당, 한부모가족 지원, 아동보호서비스 등이 포함된다. 최근에는 저출산 문제에 대응하여 출산지원금, 육아휴직 확대,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등의 정책이 강화되고 있다. 아동학대 예방과 보호를 위한 제도적 기반도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노인복지는 고령화 사회에서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영역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을 통해 일상생활이 어려운 노인에게 요양서비스를 제공하고, 노인일자리 사업을 통해 활동적 노화를 지원한다. 또한 독거노인 안전확인, 노인학대 예방, 치매관리 등의 서비스도 확대되고 있다.

장애인복지는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을 목표로 한다. 장애인연금, 활동지원서비스, 재활서비스, 고용지원서비스 등을 통해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한다. 2021년에는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어 발달장애인에 대한 전문적 지원체계가 구축되었다.

돌봄서비스는 가족의 돌봄 부담을 덜고 사회적으로 돌봄을 분담하는 중요한 서비스다. 보육, 방과후돌봄, 노인돌봄, 장애인활동지원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최근에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커뮤니티케어) 정책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통합적인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사회적 경제와 시민사회 역할

사회적 경제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면서 경제활동을 하는 영역으로,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이 포함된다. 이들은 이윤극대화보다는 사회문제 해결과 공동체 발전을 목적으로 하며, 정부와 시장이 해결하지 못하는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역할을 한다.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판매하는 기업이다.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나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 정부는 사회적 기업에 대해 인건비 지원, 세제혜택, 공공구매 우선권 등의 지원을 제공한다.

협동조합은 공동으로 소유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자율적인 결사체다. 소비자협동조합, 직장인협동조합, 다중이해관계자협동조합 등 다양한 형태가 있으며, 협동조합기본법에 의해 설립과 운영이 규율된다. 협동조합은 경제적 효율성과 사회적 연대를 동시에 추구하는 대안적 경제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시민사회 조직들도 사회복지 전달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복지관, 자원봉사센터, NGO 등이 정부와 협력하여 다양한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들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전문성과 유연성을 가지고 있어, 공공서비스의 한계를 보완하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결론

환경법과 사회법은 현대사회가 직면한 복잡하고 다층적인 문제들에 대응하기 위해 발전한 새로운 법 영역이다. 환경법은 환경보호와 지속가능발전을 통해 현재와 미래 세대의 생존 기반을 확보하고, 사회법은 사회연대와 국가의 적극적 역할을 통해 모든 구성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고자 한다. 두 영역 모두 개인의 자유와 시장의 효율성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집합적 문제들을 다룬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특히 기후변화와 고령화, 불평등 심화 등 21세기의 메가트렌드는 환경법과 사회법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탄소중립과 녹색전환은 경제·사회 시스템 전반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며, 인구구조 변화와 기술발전은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위험과 복지 욕구를 창출하고 있다. 이런 도전들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법제도의 지속적인 혁신과 발전이 필요하다.

환경법과 사회법의 발전은 단순히 새로운 규제나 급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가치관과 운영원리를 바꾸는 작업이다. 경쟁과 효율성 중심의 사고에서 협력과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사고로, 개인주의적 접근에서 사회연대적 접근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는 법학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전 영역에 걸친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노력을 통해서만 가능한 과제다. 환경법과 사회법의 미래는 우리 모두가 어떤 사회를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선택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