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폭탄이 몰고온 신냉전 – EU와 미국의 숨막히는 경제 전쟁

2025년, 세계 경제에 거대한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직후부터 전 세계적인 무역전쟁이 시작되었다. 특히 유럽연합(EU)과 미국 간의 관세 갈등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단순한 무역 분쟁을 넘어 글로벌 경제 질서의 근본적 재편을 예고하는 신호탄이 되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 카드, EU를 압박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EU산 수입품에 5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가 이를 7월 9일까지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위협은 단순한 허세가 아니다. 트럼프는 “EU는 미국을 무역으로 이용하려고 만든 집단”이라며 “미국은 해마다 2500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상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캐나다 및 멕시코산 제품에 대한 25% 관세와 중국산 제품에 대한 20% 관세가 이미 시행되고 있다. EU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철강 및 알루미늄과 자동차에 각각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유럽 제품에 20%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상황이다.

EU의 강력한 반격 – 150조원 규모 보복 관세

EU는 미국의 관세 공세에 결코 당하고만 있지 않는다. EU 집행위원회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 합의에 실패할 경우 최대 950억유로(원화 약 150조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관세 부과 예상 목록을 공개했다.

이 목록이 흥미로운 점은 단순히 경제적 타격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효과까지 계산했다는 것이다. EU가 미국산 수입품에 최대 25% 관세 부과를 고려하고 있으며, 그 규모는 221억유로에 달하는데, 이 중 미 공화당의 정치적 텃밭인 ‘레드 스테이트’ 수출에 입힐 타격이 최대 135억달러 상당으로, 관세로 타격을 입을 피해액의 절반 이상이 레드 스테이트에 집중됐다.

특히 EU에 대한 미국 대두 수출의 82.5%는 미국 하원 의장인 공화당의 마이크 존슨 의원의 지역구인 루이지애나에서 나온다고 알려져 있어, EU의 관세 전략이 얼마나 치밀하게 계산되었는지 보여준다.

협상 테이블에서 벌어지는 실제 상황

그렇다면 실제 협상 현장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마로시 세프초비치 EU 무역 담당 집행위원이 미국 워싱턴을 직접 찾아가며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 대표와의 담판을 시도했지만 헛수고로 돌아갔다.

미국은 품목별 관세는 협상 대상에서 ‘논외’로 하고, 협상이 가능한 상호관세도 기본 관세인 10% 이하로는 내릴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 EU 외교관은 “미국이 상호관세에는 ‘유연성’을 보일 수 있다 말했다”며 “10% 하한선이 있는데 도대체 어디가 ‘유연’한 건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EU의 대응 전략과 내부 갈등

EU는 이러한 상황에서 여러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EU는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한 대응책으로 옥수수, 밀, 오토바이, 의류 등 미국산 품목에 대해 210억 유로 규모의 관세 패키지를 준비중이며 보잉 항공기, 자동차, 버번 위스키 등 950억 유로 상당의 추가 부과 대상 목록도 논의 중이다.

하지만 EU 내부도 결코 단합된 것은 아니다. 독일은 수출 의존도가 높아 빠른 협상 타결을 원하는 반면, 프랑스는 성급한 양보가 장기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EU 집행위 대변인은 EU 집행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주말 통화에서 양측 간 무역협상을 신속히 진행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고 하지만, 실제 진전은 미미한 상황이다.

기업들의 긴급 대응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유럽 내 42개 경제단체를 대변하는 유럽경제인연합회(비즈니스유럽)가 EU 집행위원회로부터 현재 계획한 미국 내 투자에 관한 정보를 묻는 설문을 받았다고 한다. 이는 EU가 기업들의 대미 투자 계획을 파악해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또한 EU는 고철, 식품 가공용 화학물질 등 미국이 유럽에 의존하는 품목의 수출을 제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관세 부과와 함께 수출 제한이라는 이중 압박을 가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

이러한 EU와 미국 간의 관세 전쟁은 단순히 양 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이로 인해 세계화는 막을 내리고 FTA로 낮아져 있던 세계의 무역 장벽이 다시 드높아지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이러한 상호 관세 인상으로 한 해 6천억 달러에 이르는 양국 교역이 사실상 교착 상태에 빠졌고,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경기 둔화 우려가 커졌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7월의 운명적 기로

현재 상황은 7월 9일이라는 중요한 분기점을 향해 치달리고 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미국 대통령과 좋은 통화를 가졌다. EU와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긴밀한 무역 관계를 공유하고 있다”며 “유럽은 협상을 신속하게 진전시킬 준비가 되어 있다. 합의에 도달하려면 7월 9일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EU 외교관은 “그들(미국)은 너무 자주 바뀐다”며 “진짜 목표는 무엇이고 어떤 게 협상 전술인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며 불신을 드러내고 있어, 협상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결론: 신냉전 시대의 서막

EU와 미국 간의 이번 관세 갈등은 단순한 무역 분쟁을 넘어 새로운 경제 질서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한국은 대미 협상 카드와 속도를 전략적으로 선택·조율할 필요가 있으며, 동시에 EU의 우회수입 모니터링 강화에 대한 대비 및 CPTPP 가입을 포함한 무역 다각화 적극 추진 등이 요구된다는 전문가 의견처럼, 이제는 모든 국가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할 전략을 수립해야 할 때다.

양측 모두 7월까지 시간을 벌었지만, 근본적인 입장 차이가 해소되지 않는 한 더 큰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150조원 규모의 관세 폭탄이 실제로 터질지, 아니면 마지막 순간에 극적인 타협이 이뤄질지는 앞으로 몇 주가 관건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