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금리 인하의 마지막 카드가 떨어진다… 슈나벨 “인하 캠페인 거의 종료” 선언

2024년 6월부터 시작된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마침내 종착점에 도달하고 있다. ECB 집행이사 이자벨 슈나벨(Isabel Schnabel)이 최근 물가 안정과 강한 유로·달러 흐름을 배경으로 “금리 인하 사이클이 거의 종료됐다”고 밝히면서, 유럽 통화정책의 새로운 전환점이 시작되고 있다.

5연속 금리 인하 후 전환점 도래

ECB는 지난 3월 6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통화정책이사회를 열어 예금금리를 연 2.75%에서 2.5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는 2024년 6월부터 시작된 다섯 번째 연속 금리 인하였다.

ECB의 금리 인하 여정을 되돌아보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다. 2024년 6월 4년 9개월 만에 첫 금리 인하를 단행한 후, 7월에는 동결했다가 9월(0.6%포인트)과 10월(0.25%포인트), 12월(0.25%포인트), 그리고 올해 1월과 3월까지 지속적인 인하 행진을 이어왔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핀란드 노르디아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유럽 경제 성장과 인플레이션 지표의 상향 조정으로 ECB의 금리 인하 종료 시점이 가까워졌다”고 분석했다.

슈나벨의 “종료 선언”이 갖는 의미

이자벨 슈나벨 ECB 집행이사의 발언은 단순한 개인 의견이 아니다. 그는 최근 주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위험이 점점 상방으로 치우치고 있다”며 “금리 인하 중단 논의를 시작할 때”라고 명확히 언급했다.

슈나벨의 이런 발언은 ECB 내부에서 통화정책의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그는 물가 안정과 강한 유로·달러 환율을 인하 종료의 주요 근거로 제시했다.

물가 안정세와 유로화 강세가 핵심 변수

ECB가 금리 인하 종료를 검토하는 배경에는 두 가지 핵심 요인이 있다.

첫째, 물가 안정이다. 유로존 인플레이션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10.6%까지 치솟았다가 2024년 9월 1.7%를 기록하며 ECB 목표치인 2% 아래로 내려왔다. 11월 2.3%로 일시 반등했지만, 전반적인 디스인플레이션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둘째, 유로화 강세다. 최근 유로·달러 환율이 강세를 보이면서 수입 물가 하락 압력이 작용하고 있다. 이는 추가 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시장의 기대와 현실 간 격차

현재 시장 참가자들은 ECB가 3월 회의 후 두 차례 추가 금리 인하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4월과 6월 회의에서 각각 0.25%포인트씩 인하하여 예금금리를 2%까지 낮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노르디아은행은 “4월 및 6월 회의에서는 사실상 한 차례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4월과 6월 회의를 합치면 전체 금리 인하가 거의 확정된 것으로 가격이 책정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시장이 기대하는 것보다 실제 인하 폭이 제한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트럼프 관세 정책이라는 복잡한 변수

ECB의 금리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중요한 변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다. 트럼프는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 수입품에 원칙적으로 10~2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으며, 이는 유럽 경제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관세 정책으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로 ECB가 더 공격적인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투자자들은 ECB가 올해 두 차례, 어쩌면 세 차례 금리를 더 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립금리 도달까지의 여정

경제학자들은 ECB가 2025년 말까지 완화 속도를 가속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은 예금금리가 연말까지 연 3%, 내년 말까지 연 2%로 떨어져 중립금리 영역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중립금리는 경기 과열이나 침체를 유발하지 않고 잠재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는 금리다. ECB가 현재 2.5%인 예금금리를 2%까지 낮춘다면, 이는 통화정책이 제한적 영역에서 중립적 영역으로 이동함을 의미한다.

4월과 6월, 마지막 기회의 창

노르디아은행은 “올해 2%로의 마지막 금리 인하 가능성이 3월 ECB 회의의 포워드 가이던스에 포함될 것으로 보고 4월 또는 6월의 금리 인하 일시 중단 가능성을 제기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4월과 6월 회의가 ECB의 금리 인하 사이클에서 마지막 기회의 창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6월 회의는 분기별 경제 전망을 발표하는 중요한 회의이기 때문에, 이때 나올 경제 전망과 인플레이션 예측이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유럽 경제의 새로운 국면

ECB의 금리 인하 종료는 단순히 통화정책의 전환을 넘어 유럽 경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음을 의미한다. 2022년 7월부터 시작된 급격한 금리 인상 사이클, 그리고 2024년 6월부터의 금리 인하 사이클을 거쳐, 이제 유럽은 안정적인 통화정책 환경을 구축해 나갈 단계에 도달했다.

하지만 여전히 변수는 많다. 독일과 프랑스 등 핵심 국가들의 경제 성장률이 1%대에 머물고 있고, 트럼프의 관세 정책, 지정학적 불안정 등 대외 리스크도 상존한다.

슈나벨의 “금리 인하 캠페인 거의 종료” 선언은 ECB가 이제 새로운 통화정책 패러다임을 준비하고 있다는 신호다. 앞으로 몇 달간의 경제 지표와 ECB의 정책 결정은 유럽 경제의 향후 방향을 가늠하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