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개론 1. 법의 개념과 기능 – 도덕, 관습과 구별되는 사회규범의 특성과 역할

법이란 무엇인가 – 사회규범으로서의 법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우리는 수많은 규칙과 기준들 속에서 생활한다. 아침에 일어나 회사나 학교에 가는 길에서부터 밤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우리의 모든 행동은 어떤 형태든 규범의 영향을 받는다. 그 중에서도 법은 가장 강력하고 체계적인 사회규범으로 자리잡고 있다.

법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법학자들마다 조금씩 다른 관점에서 법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법은 ‘국가가 강제력을 바탕으로 사회 구성원들에게 부과하는 행동규범’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강제력이다. 법을 위반했을 때 국가가 직접 나서서 처벌하거나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이 법을 다른 사회규범과 구별하는 핵심적 특징이다.

법의 존재 이유는 명확하다. 인간이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에, 여러 사람이 함께 살아가려면 반드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칙이 필요하다. 이 규칙이 바로 법이다. 법은 사회 질서를 유지하고,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며, 분쟁을 해결하는 역할을 한다.

법과 도덕의 차이점

많은 사람들이 법과 도덕을 혼동하곤 한다. 둘 다 사람의 행동을 규율한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과 도덕은 분명히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먼저 강제력 측면에서 살펴보자. 도덕은 개인의 양심과 사회적 비난에 의존한다. 거짓말을 하거나 약속을 어겼을 때 양심의 가책을 느끼거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질타를 받을 수는 있지만, 국가가 직접 나서서 처벌하지는 않는다. 반면 법은 위반 시 국가가 직접 제재를 가한다. 교통법규를 위반하면 벌금을 내야 하고, 절도를 하면 감옥에 가야 한다.

적용 범위에서도 차이가 난다. 도덕은 주로 개인의 내면적 영역까지 다룬다. 시기, 질투, 이기심 같은 감정들도 도덕적 판단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법은 외부로 드러나는 행위에만 관심을 둔다. 아무리 나쁜 생각을 해도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

시대와 지역에 따른 변화 양상도 다르다. 도덕은 상대적으로 보편적이고 지속적인 특성을 가진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거짓말하지 말라’, ‘남을 해치지 말라’ 같은 도덕 원칙은 비슷하게 나타난다. 반면 법은 각 나라의 역사, 문화, 정치 상황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우리나라에서는 합법인 것이 다른 나라에서는 불법일 수 있고, 과거에는 불법이었던 것이 지금은 합법이 될 수도 있다.

법과 관습의 구별

관습은 오랜 시간에 걸쳐 자연스럽게 형성된 사회의 행동 양식이다. 예를 들어 어른께 인사하기, 식사할 때의 예의, 경조사 참석 방식 등이 관습에 해당한다. 관습도 사회 구성원들의 행동을 규율한다는 점에서 법과 유사하다.

하지만 관습과 법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점들이 있다. 가장 큰 차이는 역시 강제력이다. 관습을 어겨도 사회적 시선이나 비난을 받을 뿐, 법적 처벌을 받지는 않는다. 결혼식에 검은 옷을 입고 가거나 장례식에 화려한 옷을 입고 가면 눈총을 받을 수는 있지만, 경찰이나 법원이 개입하지는 않는다.

성문성에서도 차이가 난다. 법은 대부분 문서로 기록되어 있다. 헌법, 민법, 형법 등의 법전을 통해 구체적인 조문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반면 관습은 문서로 기록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할머니, 할아버지로부터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변화의 속도도 다르다. 법은 사회 변화에 따라 비교적 빠르게 개정될 수 있다. 국회에서 법률을 개정하거나 새로 만들면 된다. 하지만 관습은 변화가 매우 느리다. 수십 년, 수백 년에 걸쳐 서서히 바뀌어 간다.

사회규범으로서 법의 특성

법이 가진 고유한 특성들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강제성이 법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법을 위반하면 국가가 물리적 강제력을 동원해서라도 법을 집행한다. 벌금을 내지 않으면 재산을 압류하고, 법원 판결을 따르지 않으면 강제집행을 한다. 이런 강제력이 있기 때문에 법이 실제로 지켜질 수 있다.

일반성도 중요한 특성이다. 법은 특정 개인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된다. 대통령이든 일반 시민이든 법 앞에서는 평등하다는 원칙이다. 물론 현실에서는 완벽하게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적어도 원칙적으로는 그렇다.

추상성은 법이 구체적인 사안 하나하나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기준을 제시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형법은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김철수가 이영희의 지갑을 훔쳤다는 구체적 사실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절도라는 일반적 행위 유형에 대한 처벌 기준을 정하는 것이다.

명확성은 법이 가능한 한 모호하지 않게 규정되어야 한다는 특성이다. 법을 적용받는 사람들이 무엇이 허용되고 무엇이 금지되는지 미리 알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예측 가능한 사회생활이 가능하다.

법의 기능과 역할

법이 사회에서 수행하는 기능은 매우 다양하다. 가장 기본적인 기능은 질서 유지다. 사람들이 제멋대로 행동하면 사회가 혼란에 빠진다. 법은 최소한의 행동 기준을 제시해서 사회 질서를 유지한다. 교통법규가 있어야 도로에서 사고가 줄어들고, 재산권을 보호하는 법이 있어야 경제 활동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진다.

분쟁 해결 기능도 중요하다. 사람들 사이에 갈등이 생겼을 때 법은 공정한 해결 기준을 제공한다. 계약을 둘러싼 다툼, 교통사고로 인한 손해배상 문제, 이웃 간의 소음 분쟁 등을 법정에서 해결할 수 있다. 법이 없다면 힘센 자가 이기는 약육강식의 세상이 될 것이다.

권리 보호 기능도 빼놓을 수 없다. 법은 개인의 생명, 재산, 자유 등의 기본권을 보장한다. 다른 사람이나 국가가 이런 권리를 침해하면 법적 구제를 받을 수 있다. 이것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다.

현대에 들어서는 사회 발전을 촉진하는 기능도 커지고 있다. 환경보호법을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고, 교육법을 통해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며, 근로기준법을 통해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한다. 법이 단순히 질서를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가는 도구 역할을 하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법의 의미

21세기 현대 사회에서 법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법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인터넷과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새로운 법적 문제들이 등장했다. 개인정보 보호, 사이버 범죄, 인터넷 상의 명예훼손 등이 그 예다.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이 발달하면서 기계가 저지른 사고의 책임 문제, 자율주행차의 사고 처리 방법 등도 새로운 법적 과제가 되고 있다.

국제화가 진행되면서 각국의 법 제도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국제거래가 늘어나면서 국제계약법, 국제중재 등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고, 인권이나 환경 문제에서는 국제법의 영향력이 증대하고 있다.

결론

법은 단순히 금지와 처벌의 수단이 아니다. 법은 우리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 만들어낸 지혜이자,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가는 도구다. 법을 이해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고, 나아가 사회 구성원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생각해보는 과정이기도 하다.

법과 도덕, 관습의 차이를 명확히 구별하고, 법이 가진 고유한 특성들을 파악하는 것은 법학 공부의 출발점이다. 강제성, 일반성, 추상성, 명확성이라는 법의 특성을 이해하면, 복잡해 보이는 각종 법률 조문들도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현대 사회에서 법의 역할은 계속 확대되고 변화하고 있다. 기술 발전과 사회 변화에 따라 새로운 법적 과제들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이런 변화를 이해하고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법에 대한 기본적 이해는 현대인의 필수 소양이 되었다. 법이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 어떤 기능을 하는지를 정확히 아는 것부터 시작해서 법학의 세계로 한 걸음씩 들어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