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 19. 용익물권의 체계 – 지상권과 지역권의 법리와 실무

용익물권은 타인의 토지를 이용하여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한 물권으로, 소유권과는 달리 이용권능에 특화된 제한물권이다. 민법은 지상권, 지역권, 전세권을 용익물권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각각은 고유한 이용 목적과 법적 구조를 가진다. 특히 지상권과 지역권은 토지의 효율적 이용을 위한 대표적인 용익물권으로서 현실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용익물권의 본질과 특성

용익물권은 타인의 부동산을 일정한 목적에 사용·수익할 수 있는 물권이다. 소유권이 사용·수익·처분의 모든 권능을 포괄하는 것과 달리, 용익물권은 주로 사용·수익권능에 집중되어 있고 처분권능은 제한적이다.

용익물권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물권으로서의 배타성과 대세성이다. 채권적 이용권과 달리 용익물권은 제3자에 대해서도 주장할 수 있으며, 목적 토지가 양도되어도 새로운 소유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용익물권자는 안정적으로 토지를 이용할 수 있다.

용익물권은 또한 부종성을 가진다. 이는 용익물권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이용 목적과 결합되어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그 목적이 소멸하거나 달성되면 용익물권도 함께 소멸한다.

지상권의 개념과 법적 성질

지상권은 타인의 토지에 건물 기타 공작물이나 수목을 소유하기 위하여 그 토지를 사용할 권리이다. 민법 제279조는 “지상권자는 타인의 토지에 건물 기타 공작물이나 수목을 소유하기 위하여 그 토지를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한다.

지상권의 법적 성질

지상권은 용익물권으로서 물권적 효력을 가진다. 따라서 지상권자는 토지소유자뿐만 아니라 제3자에 대해서도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또한 지상권은 등기를 통해 공시되며, 등기 후에는 선의의 제3자에게도 대항할 수 있다.

지상권은 독립한 부동산으로 취급되어 양도나 상속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저당권의 목적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지상권의 양도나 임대에는 토지소유자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특약이 있는 경우가 많다.

지상권의 존속기간

지상권의 존속기간은 당사자가 약정으로 정할 수 있다. 약정이 없는 경우 건물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지상권은 30년, 기타의 지상권은 20년으로 한다. 존속기간이 만료되면 지상권은 소멸하지만, 당사자의 합의로 갱신할 수 있다.

지상권자가 존속기간 만료 전에 상당한 비용을 들여 건물을 신축하거나 증개축한 경우, 토지소유자가 이의하지 않았다면 묵시적 갱신이 인정될 수 있다. 이는 지상권자의 투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지상권의 내용과 효력

지상권자는 지상권의 목적 범위 내에서 토지를 자유롭게 사용·수익할 수 있다. 지상권의 내용은 설정 당시의 약정에 의해 정해지지만, 약정이 불분명한 경우에는 지상권의 목적과 토지의 성질, 주변 여건 등을 고려하여 판단한다.

지상권자의 권리

지상권자는 약정된 목적 범위 내에서 건물이나 공작물을 신축·개축·증축할 수 있다. 다만 토지의 성질을 변경하거나 약정된 목적을 벗어나는 행위는 할 수 없다.

지상권자는 지상권을 타인에게 양도하거나 토지를 전대할 수 있다. 그러나 설정계약에서 토지소유자의 동의를 받도록 약정한 경우에는 그 동의가 필요하다. 무단양도나 무단전대가 있어도 지상권이 당연히 소멸하지는 않으며, 토지소유자가 해지권을 행사해야 소멸한다.

지상권자의 의무

지상권자는 지료 지급의무를 진다. 지료는 지상권 설정의 대가로 지급하는 금전 기타의 급부를 말한다. 지료를 약정하지 않은 경우에는 무상지상권이 성립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유상으로 설정된다.

지상권자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토지를 사용해야 하며, 약정된 목적을 벗어나 토지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 또한 토지의 개량을 위한 필요비나 유익비를 지출한 경우 토지소유자에게 상환을 구할 수 있다.

법정지상권의 성립과 요건

법정지상권은 토지와 건물이 동일인의 소유에 속하였다가 매매나 경매 등으로 소유자가 달라진 경우에 건물 소유자를 위하여 법률상 당연히 성립하는 지상권이다.

법정지상권의 성립요건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려면 먼저 토지와 건물이 동일인의 소유에 속해 있어야 한다. 이는 분리처분 당시를 기준으로 하며, 과거 어느 시점에서든 동일인의 소유였으면 충분하다.

다음으로 토지 위에 건물이 존재해야 한다. 건물은 법적으로 독립한 부동산이어야 하며, 단순한 공작물은 법정지상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건물이 건축 중인 경우에도 사회통념상 건물로 인정될 정도가 되면 법정지상권이 성립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토지와 건물이 매매, 증여, 경매 등으로 소유자를 달리해야 한다. 상속의 경우에는 공유관계가 되므로 법정지상권이 성립하지 않는다.

법정지상권의 내용

법정지상권의 존속기간은 건물의 종류에 따라 결정된다. 석조·벽돌조·연와조 건물은 30년, 목조건물은 15년이다. 지료는 당사자의 협의로 정하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법원이 정한다.

법정지상권의 범위는 건물의 효용을 위해 필요한 범위로 한정된다. 일반적으로 건물의 부지와 그에 부속하는 정원이나 통로 등이 포함되지만, 구체적인 범위는 건물의 구조와 이용 상황을 고려하여 결정한다.

지역권의 개념과 종류

지역권은 자기 토지의 편익을 위하여 타인의 토지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이다. 민법 제291조는 “토지의 소유자는 자기 토지의 편익을 위하여 타인의 토지를 이용할 지역권을 설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지역권의 구조

지역권에는 요역지와 승역지라는 두 개의 토지가 관련된다. 요역지는 지역권의 편익을 받는 토지이고, 승역지는 지역권의 부담을 지는 토지이다. 지역권은 요역지의 소유자가 승역지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이다.

지역권은 요역지에 부착하는 권리로서 요역지와 분리하여 양도할 수 없다. 요역지가 양도되면 지역권도 함께 이전되고, 요역지가 소멸하면 지역권도 소멸한다. 이러한 특성을 부종성이라고 한다.

지역권의 종류

지역권은 그 내용에 따라 통행지역권, 인수지역권, 용수지역권 등으로 구분된다. 통행지역권은 요역지에서 공로에 이르기 위해 승역지를 통행하는 권리이고, 인수지역권은 승역지에서 물을 끌어다 쓸 수 있는 권리이며, 용수지역권은 농업용수 등을 위해 승역지의 물을 이용하는 권리이다.

또한 지역권은 적극적 지역권과 소극적 지역권으로도 구분된다. 적극적 지역권은 승역지에서 일정한 행위를 할 수 있는 권리이고, 소극적 지역권은 승역지 소유자가 일정한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을 구할 수 있는 권리이다.

지역권의 성립과 내용

지역권은 계약, 유언, 시효 등에 의해 성립한다. 당사자의 합의에 의한 설정이 가장 일반적이며, 이 경우 등기를 통해 공시된다.

취득시효에 의한 지역권

민법 제294조는 “지역권은 계속되고 표현된 것에 한하여 시효로 취득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계속성이란 지역권의 행사가 간헐적이 아니라 계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미이고, 표현성이란 외부에서 인식할 수 있도록 객관적으로 나타나야 한다는 의미이다.

통행지역권의 경우 20년간 계속하여 통행로를 이용했다면 취득시효가 완성된다. 다만 은밀한 통행이나 폭력에 의한 통행은 시효취득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지역권의 내용과 행사

지역권자는 설정 목적의 범위 내에서 승역지를 이용할 수 있다. 지역권의 행사는 승역지에 가장 손해가 적은 장소와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이는 승역지 소유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지역권자는 지역권의 행사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승역지에 공작물을 설치할 수 있다. 통행지역권의 경우 통행에 필요한 교량이나 계단 등을 설치할 수 있지만, 승역지 소유자의 이용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

용익물권의 소멸

용익물권은 존속기간의 만료, 목적의 달성이나 불달성, 혼동, 포기 등의 사유로 소멸한다.

존속기간 만료

지상권과 전세권은 존속기간이 정해지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기간 만료로 소멸한다. 다만 당사자의 합의로 갱신할 수 있고, 묵시적 갱신이 인정되는 경우도 있다.

지역권은 영구적 권리로 설정되는 경우가 많지만, 기간을 정할 수도 있다. 기간이 정해진 지역권은 그 기간 만료로 소멸한다.

혼동에 의한 소멸

용익물권의 목적물과 용익물권이 동일인에게 귀속되면 혼동에 의해 소멸한다. 지상권의 경우 지상권자가 토지를 매수하면 지상권이 소멸하고, 지역권의 경우 요역지와 승역지의 소유자가 같아지면 소멸한다.

다만 제3자의 권리를 해하는 경우에는 혼동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지상권에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경우, 지상권자가 토지를 취득해도 저당권이 소멸할 때까지는 지상권이 존속한다.

결론

지상권과 지역권은 토지의 효율적 이용을 위한 핵심적인 용익물권이다. 지상권은 건물이나 공작물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포괄적 이용권이고, 지역권은 특정한 편익을 위한 제한적 이용권이라는 차이가 있다. 두 권리 모두 물권적 효력을 가져 안정적인 토지 이용을 보장하지만, 동시에 토지소유권에 대한 제약이 되므로 그 성립과 내용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특히 법정지상권과 취득시효에 의한 지역권은 당사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성립할 수 있으므로 토지 거래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실무에서는 등기를 통한 공시와 명확한 권리 내용의 확정이 분쟁 예방을 위해 필수적이며, 용익물권의 설정 시에는 존속기간, 대가, 이용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약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