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 15. 점유권 이론의 완전 분석 – 점유의 취득·소멸부터 점유보호청구권까지

점유는 민법에서 가장 독특한 지위를 갖는 제도다. 물권도 아니고 채권도 아니지만, 물권에 준하는 강력한 보호를 받는다. 사실상의 지배에 불과한 점유가 왜 법적 보호를 받는가? 점유는 어떻게 취득하고 어떤 효력을 갖는가? 점유보호청구권은 언제 어떻게 행사할 수 있는가? 점유권 이론을 완전히 이해해야 물권법의 전체 그림이 완성된다.

점유의 개념과 존재 이유

점유는 물건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를 말한다. 소유권 등의 권리가 있든 없든 상관없이, 실제로 물건을 지배하고 있으면 점유가 성립한다. 도둑이 남의 물건을 가지고 있어도 점유자다. 임차인도 점유자고, 보관을 맡은 사람도 점유자다.

점유를 보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평화유지다. 점유를 함부로 침해하면 사회 질서가 어지러워진다. 자력구제를 막고 법적 해결을 유도하기 위해서라도 점유를 보호해야 한다. 둘째, 사실상태 존중이다. 현재의 사실상태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셋째, 입증곤란 구제다. 진정한 권리관계를 밝히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므로 일단 현재 상태를 보호한다.

권리보호수단설사실보호설이 대립한다. 권리보호수단설은 점유를 본권(소유권 등) 보호의 수단으로 본다. 사실보호설은 점유 자체를 독립적으로 보호한다고 본다. 우리 민법은 사실보호설을 채택했다. 점유자가 무권리자라도 점유 그 자체를 보호한다.

점유의 성립요건과 의사이론

점유가 성립하려면 객관적 요소주관적 요소가 필요하다. 객관적 요소는 사실상의 지배다. 물리적으로 접촉하고 있을 필요는 없고, 사회관념상 지배하고 있으면 된다. 주관적 요소는 점유의사다. 자기를 위해 물건을 지배할 의사가 있어야 한다.

직접점유간접점유로 나뉜다. 직접점유는 물건을 직접 지배하는 것이다. 간접점유는 직접점유자에 대한 반환청구권을 매개로 간접적으로 지배하는 것이다. 임대인(간접점유자)과 임차인(직접점유자)의 관계가 대표적이다.

점유의사에 관해서는 주관설객관설이 대립한다. 주관설은 소유의사가 있어야 점유가 성립한다고 본다. 객관설은 자기를 위해 지배할 의사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본다. 우리 판례는 객관설을 취한다. 임차인도 소유의사가 없지만 점유자로 인정한다.

점유의 태양에 따른 분류도 중요하다. 자주점유타주점유, 선의점유악의점유, 평온점유비평온점유, 공연점유비공연점유로 나뉜다. 각각의 조합에 따라 점유의 효력이 달라진다.

점유의 취득과 승계

점유는 원시취득승계취득으로 나뉜다. 원시취득은 새로 점유를 시작하는 것이다. 무주물을 점유하거나 타인의 점유를 배제하고 새로 점유하는 경우다. 승계취득은 전점유자로부터 점유를 이어받는 것이다.

점유의 승계에서는 자기점유대권점유를 구별해야 한다. 자기점유는 자기 고유의 점유를 시작하는 것이다. 전점유자의 하자는 승계되지 않는다. 대권점유는 전점유자의 점유를 그대로 이어받는 것이다. 전점유자의 하자도 함께 승계된다.

승계취득자는 자기점유와 대권점유 중 선택할 수 있다. 전점유자의 점유가 선의였다면 대권점유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전점유자의 점유에 하자가 있다면 자기점유를 선택해야 한다.

점유의 상속도 승계취득이다. 상속인은 피상속인의 점유를 당연히 승계한다. 다만 점유개시시점의 선의·악의는 상속인을 기준으로 새로 판단한다.

점유의 효력 – 권리추정과 과실수취

점유의 가장 중요한 효력은 권리추정이다. 동산을 점유하면 소유권이 추정된다. 부동산은 점유만으로는 부족하고 등기까지 갖춰야 소유권이 추정된다. 추정에 불과하므로 반증으로 번복할 수 있다.

과실수취권도 중요한 효력이다. 선의의 점유자는 점유한 물건에서 나오는 과실(임료, 과일 등)을 취득할 수 있다. 악의의 점유자는 과실을 반환해야 한다. 점유자가 선의에서 악의로 변한 때부터는 과실을 반환해야 한다.

과실에는 천연과실법정과실이 있다. 천연과실은 물건의 자연적 산출물(과일, 우유 등)이고, 법정과실은 물건의 사용대가(임료, 이자 등)다. 모두 점유자가 취득할 수 있지만, 악의점유자는 반환해야 한다.

점유자의 상환청구권도 인정된다. 점유자가 점유물을 위해 지출한 비용은 소유자에게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필요비는 전액 상환받을 수 있고, 유익비는 가액증가액 또는 지출비용 중 적은 액수를 상환받는다. 다만 악의점유자의 유익비는 상환받을 수 없다.

점유보호청구권의 체계

점유가 침해받으면 점유보호청구권으로 구제받을 수 있다. 점유보호청구권은 점유의 사실상태 자체를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다. 본권의 유무와 관계없이 행사할 수 있다.

점유물반환청구권은 점유를 상실한 경우에 행사한다. 점유물을 빼앗긴 점유자가 현재 점유자에게 반환을 청구하는 것이다. 요건은 세 가지다. 적법한 점유, 점유의 침탈, 현재의 점유다.

점유물방해제거청구권은 점유가 방해받는 경우에 행사한다. 점유는 계속하고 있지만 완전한 지배가 방해받는 상황이다. 내 집 앞에 남이 쓰레기를 쌓아놓아 출입이 방해받는 경우가 예다.

점유물방해예방청구권은 점유에 대한 방해가 예상되는 경우에 행사한다. 아직 현실적 방해는 없지만 장래 방해의 우려가 급박한 경우다. 인접 공사로 인해 건물 손상이 우려되는 경우 등이다.

점유보호청구권의 행사요건과 한계

점유보호청구권을 행사하려면 자기의 점유가 타인보다 우월해야 한다. 점유에도 우열이 있다. 권원 있는 점유가 권원 없는 점유보다 우월하고, 평온·공연한 점유가 비평온·비공연한 점유보다 우월하다. 선점유자가 후점유자보다 우월하다.

1년의 제척기간이 적용된다. 침탈을 안 날로부터 1년 내에 행사해야 한다. 점유보호청구권은 신속한 구제를 목적으로 하므로 짧은 기간 제한을 둔다.

자력구제가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점유를 침탈당한 경우 즉시 또는 현행범인을 추적하여 탈환할 수 있다. 다만 과도한 방법은 허용되지 않는다. 물권적 청구권은 자력구제가 금지되지만, 점유보호청구권은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본권과의 관계도 복잡하다. 점유자가 무권리자라도 점유보호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상대방이 진정한 권리자라면 본권에 기한 청구와 충돌한다. 이 경우 구체적 사안에 따라 조화를 도모해야 한다.

점유의 소멸

점유는 여러 사유로 소멸한다. 점유의사의 포기가 가장 일반적이다. 점유자가 점유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점유가 소멸한다. 단순히 물건을 방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명확한 포기 의사가 있어야 한다.

점유물의 멸실로도 점유가 소멸한다. 물건이 완전히 멸실하면 점유할 대상이 없어진다. 일시적 분실은 점유 소멸 사유가 아니다. 점유회복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타인에 의한 점유도 소멸 사유다. 다른 사람이 점유를 개시하면 전점유자의 점유는 소멸한다. 다만 간접점유는 직접점유자에 의한 반환청구권이 소멸해야 간접점유도 소멸한다.

점유자의 사망은 점유 소멸 사유가 아니다. 점유는 상속된다. 법인의 해산도 마찬가지다. 청산절차에서 점유가 승계된다.

준점유와 권리의 점유

준점유는 재산권의 행사에 점유 규정을 준용하는 제도다. 채권, 지적재산권 등 무체재산권도 사실상 행사하고 있으면 점유에 준하여 보호한다. 예를 들어 영업을 방해받으면 준점유보호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준점유가 성립하려면 계속적·외형적 행사가 필요하다. 일회적이거나 내부적인 행사로는 부족하다. 또한 평온·공연해야 한다. 은밀하거나 강압적인 행사는 준점유로 보호받을 수 없다.

영업준점유가 가장 중요하다. 일정한 장소에서 계속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으면 영업에 대한 준점유가 성립한다. 영업을 방해받으면 준점유보호청구권으로 구제받을 수 있다. 다만 정당한 경쟁행위는 방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점유와 시효취득의 관계

점유는 시효취득의 전제조건이다. 취득시효가 완성되려면 시효기간 동안 계속 점유해야 한다. 점유가 중단되면 시효도 중단된다.

점유의 하자는 시효취득에 영향을 준다. 선의·무과실·평온·공연한 점유는 단기 시효취득(10년 또는 5년)이 가능하다. 하자 있는 점유는 장기 시효취득(20년 또는 10년)만 가능하다.

점유의 승계에서 대권점유를 선택하면 전점유자의 점유기간을 합산할 수 있다. 자기점유를 선택하면 자기 점유기간만 계산된다. 전점유자의 점유에 하자가 없다면 대권점유가 유리하다.

소유의사도 취득시효에서 문제된다. 점유취득시효에서는 소유의사가 필요하다. 단순한 점유의사로는 부족하고, 소유자로서 점유할 의사가 있어야 한다. 임차인은 소유의사가 없으므로 취득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

결론

점유권은 사실상의 지배 상태를 법적으로 보호하는 독특한 제도다. 물권도 채권도 아니지만 물권에 준하는 강력한 보호를 받는다. 평화유지와 사실상태 존중, 입증곤란 구제라는 정책적 고려에서 출발한 제도다.

점유의 성립요건, 취득과 승계, 효력과 보호방법을 체계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점유보호청구권은 신속한 구제를 목적으로 하며, 자력구제까지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준점유는 무체재산권의 행사에도 점유 보호를 확장한 것이다.

점유는 소유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면서도 독립적 의미를 갖는다. 소유권 없는 점유도 보호받고, 점유 없는 소유권은 공허하다. 권리추정 효과와 시효취득의 기초가 되는 점유는 물권법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제도다. 이런 기초 위에서 소유권의 구체적 내용을 살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