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개론 19. 회사법 기초 – 주식회사의 설립, 기관구조, 자본제도와 기업지배구조의 핵심원리

현대 경제의 주역은 기업이다. 삼성, LG, 현대와 같은 대기업부터 골목상권의 작은 회사까지, 우리 일상을 둘러싼 모든 경제활동의 중심에는 회사라는 조직이 있다. 회사는 단순한 사업체를 넘어서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의 권익이 교차하는 복잡한 법적 실체다. 주주는 투자수익을 기대하고, 채권자는 채권회수를 원하며, 근로자는 고용안정을 추구한다. 이처럼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화시키고 기업활동을 효율적으로 뒷받침하는 법적 틀이 바로 회사법이다.

주식회사의 본질과 특징

주식회사는 현대 기업조직의 대표적 형태다. 자본이 주식으로 분할되고, 주주는 그 보유 주식에 대해서만 유한책임을 지는 법인이다. 이러한 구조는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대규모 자본조달의 필요에 의해 발달했으며, 오늘날 자본주의 경제의 핵심 제도로 자리 잡았다.

주식회사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법인격의 독립성이다. 회사는 주주와 별개의 독립된 법인격을 가지므로, 회사의 권리와 의무는 회사 자체에 귀속된다. 주주는 회사가 아니라 회사에 대한 지분권인 주식을 소유할 뿐이다. 이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가능하게 하고, 전문경영인에 의한 효율적 경영을 가능하게 한다.

유한책임제도도 핵심적 특징이다. 주주는 자신이 출자한 금액을 한도로만 회사채무에 대해 책임을 진다. 회사가 망해도 주주 개인의 다른 재산은 보호받는다. 이는 투자 위험을 한정하여 자본시장 발전의 토대가 된다.

주식의 자유양도성도 중요하다. 주식은 원칙적으로 자유롭게 양도할 수 있어서 투자자는 언제든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이는 자본의 유동성을 보장하고 투자를 활성화하는 기능을 한다.

주식회사의 설립절차

주식회사 설립은 발기설립과 모집설립으로 구분된다. 발기설립은 발기인이 설립에 필요한 주식을 모두 인수하여 회사를 설립하는 방법이다. 절차가 간단하고 신속해서 대부분의 회사가 이 방법을 사용한다.

모집설립은 발기인이 설립에 필요한 주식의 일부만 인수하고 나머지는 일반인으로부터 모집하여 설립하는 방법이다. 대규모 자본조달이 가능하지만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발기설립의 절차

발기설립은 정관작성, 주식인수, 자본금납입, 임원선임, 설립등기의 순서로 진행된다.

정관은 회사의 기본규칙을 정한 문서로서 회사의 헌법에 해당한다. 목적, 상호, 발행주식의 총수, 액면주식의 경우 1주의 금액, 회사가 설립시에 발행하는 주식의 총수, 본점소재지, 공고방법 등의 절대적 기재사항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정관은 발기인 전원의 동의로 작성하고 공증을 받아야 한다.

주식인수는 발기인이 설립등기일까지 발행할 주식을 모두 인수하는 것이다. 발기인은 1주 이상을 인수해야 하며, 현물출자도 가능하다. 현물출자의 경우 검사역의 조사를 받아야 한다.

자본금납입은 주식인수가 완료된 후 발기인이 인수한 주식의 납입금액을 은행에 납입하는 것이다. 납입은 설립등기 신청 전까지 완료해야 한다.

임원선임은 이사와 감사를 선임하는 절차다. 발기설립에서는 발기인이 정관으로 임원을 정하거나 발기인총회에서 선임한다. 이사는 1인 이상, 감사는 감사위원회를 설치하지 않는 경우 1인 이상을 두어야 한다.

설립등기는 회사 설립의 최종 단계다. 본점소재지에서 설립등기를 신청하고 등기가 완료되면 회사가 성립한다. 등기 전에는 아직 회사가 성립하지 않으므로 법인격이 없다.

설립무효와 발기인의 책임

설립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으면 설립무효사유가 된다. 하지만 설립등기가 완료된 후에는 설립무효의 소에 의해서만 무효를 주장할 수 있다. 이는 회사와 거래하는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발기인은 설립과정에서 특별한 책임을 진다. 발기인은 회사 성립 전에는 연대하여 회사설립에 관한 행위의 책임을 지고, 회사 성립 후에는 임무해태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또한 현물출자나 재산인수에 관해서는 특별한 담보책임도 진다.

주식과 주주권

주식은 주식회사에 대한 주주의 지위를 나타내는 단위이자 권리다. 주식은 물권이 아니라 회사에 대한 종합적 지위를 나타내는 사원권이다.

주식의 종류

주식은 여러 기준으로 분류된다. 가장 기본적인 구분은 보통주와 우선주다. 보통주는 제한이나 우대가 없는 표준적 주식이고, 우선주는 이익배당이나 잔여재산분배에서 보통주보다 우선하는 주식이다.

액면주와 무액면주로도 구분된다. 액면주는 주식에 금액이 기재된 주식이고, 무액면주는 금액 기재 없이 발행되는 주식이다. 무액면주는 주식의 가치와 액면의 괴리 문제를 해결하고 자본정책의 유연성을 높인다.

의결권 유무에 따라 의결권주와 무의결권주로 나뉘기도 한다. 우선주는 의결권을 제한하는 대신 배당에서 우대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주주권의 내용

주주권은 크게 자익권과 공익권으로 구분된다. 자익권은 주주 개인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권리로, 이익배당청구권, 잔여재산분배청구권, 신주인수권 등이 있다. 공익권은 회사경영에 참여하는 권리로, 의결권, 대표소송제기권, 장부열람권 등이 포함된다.

이익배당청구권은 회사가 이익을 배당할 때 그 배당을 받을 권리다. 배당은 주주총회 결의로 결정되며, 배당가능이익이 있어야 배당할 수 있다. 배당가능이익은 대차대조표상 순자산액에서 자본금, 자본준비금, 이익준비금을 뺀 금액이다.

의결권은 주주총회에서 의사결정에 참여할 권리다. 1주 1의결권이 원칙이지만, 의결권을 제한하는 주식도 발행할 수 있다. 의결권은 주주의 가장 중요한 권리로서 회사경영에 대한 통제수단이다.

신주인수권은 회사가 신주를 발행할 때 기존 주주가 지분비율에 따라 우선 인수할 수 있는 권리다. 이는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을 방지하는 기능을 한다.

기관구조의 기본 체계

주식회사의 기관은 주주총회, 이사, 이사회, 감사로 구성된다. 각 기관은 고유한 권한을 가지며 상호 견제와 균형을 통해 효율적이고 투명한 경영을 도모한다.

주주총회

주주총회는 주주로 구성되는 회사의 최고의사결정기관이다. 정기총회는 매 사업연도 종료 후 3개월 이내에 개최하고, 임시총회는 필요에 따라 수시로 개최한다.

주주총회의 권한은 법정사항과 정관사항으로 구분된다. 법정사항은 법률에서 주주총회 권한으로 정한 사항으로, 정관변경, 이사·감사 선임, 이익배당, 영업양도·합병·분할, 해산 등이 있다. 정관사항은 정관에서 주주총회 권한으로 정한 사항이다.

주주총회 결의는 보통결의와 특별결의로 구분된다. 보통결의는 출석주주의 의결권 과반수로 하는 결의이고, 특별결의는 출석주주의 의결권 2/3 이상으로 하는 결의다. 정관변경, 영업양도, 합병 등 회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은 특별결의를 요구한다.

이사와 이사회

이사는 회사의 업무집행기관이다. 이사는 주주총회에서 선임되며, 임기는 3년을 초과할 수 없다. 이사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와 충실의무를 진다.

이사회는 이사 3인 이상으로 구성되는 합의체 기관이다. 이사회는 회사의 업무집행을 결정하고 이사의 직무집행을 감독한다.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 출석과 출석이사 과반수 찬성으로 한다.

대표이사는 이사회에서 선정하며, 회사를 대표하고 업무를 총괄한다. 대표이사의 대표권에는 제한이 있을 수 있지만, 선의의 제3자에게는 그 제한을 대항할 수 없다.

감사제도

감사는 이사의 직무집행을 감사하는 기관이다. 감사는 주주총회에서 선임되며, 이사와는 독립된 지위를 갖는다. 감사는 회계감사와 업무감사를 모두 수행한다.

대규모 회사는 감사 대신 감사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다. 감사위원회는 이사회 내 위원회로서 3인 이상의 이사로 구성되며, 그 중 2/3 이상은 사외이사여야 한다. 감사위원회는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감사기관으로 평가된다.

자본제도의 기본 원리

자본제도는 회사재정의 건전성을 유지하고 채권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다. 우리 상법은 법정자본제도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수권자본제도의 요소를 결합하고 있다.

자본금과 준비금

자본금은 주주가 출자한 금액 중 자본으로 계상된 부분이다. 자본금은 회사채권자에 대한 최종적 담보의 기능을 하므로 함부로 감소시킬 수 없다. 자본금 감소에는 엄격한 절차와 요건이 요구된다.

자본준비금은 주식발행초과금, 감자차익, 합병차익 등으로 조성되는 준비금이다. 자본준비금은 자본금에 준하는 기능을 하므로 함부로 처분할 수 없다. 이익준비금은 이익배당 시 일정액을 적립하는 준비금으로, 자본금의 1/2에 달할 때까지 적립해야 한다.

신주발행

신주발행은 기존 발행주식 외에 새로운 주식을 발행하는 것이다. 신주발행으로 자본금이 증가하고 새로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신주발행은 이사회 결의로 할 수 있지만, 정관에서 정한 발행예정주식총수의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 발행예정주식총수를 초과하여 신주를 발행하려면 정관을 변경해야 한다.

신주발행 시에는 기존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해야 한다. 다만 회사의 재정적 필요, 신축적 경영을 위해 신주인수권을 배제할 수 있는 경우들이 법정되어 있다. 제3자 배정, 우리사주조합 배정, 주식매수선택권 행사 등이 그 예다.

자기주식의 취득

자기주식은 회사가 자신이 발행한 주식을 취득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원칙적으로 금지했으나, 현재는 일정한 요건 하에 허용하고 있다.

자기주식 취득이 허용되는 경우는 정관에 정한 경우, 주주총회 결의가 있는 경우, 상속·합병 등으로 취득하는 경우, 단주처리를 위한 경우 등이다. 취득한 자기주식은 의결권이 없고 배당을 받을 수 없다.

자기주식은 취득 후 2년 이내에 처분하거나 소각해야 한다. 장기간 보유하면 실질적으로 자본감소와 같은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기업지배구조와 책임

기업지배구조는 기업경영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 간의 관계를 규율하는 시스템이다. 주주, 이사, 감사, 채권자, 근로자 등의 권리와 의무를 조화시켜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다.

이사의 책임

이사는 회사에 대해 선관주의의무와 충실의무를 진다. 선관주의의무는 선량한 관리자로서 요구되는 주의를 기울일 의무이고, 충실의무는 회사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의무다.

이사가 임무를 해태하여 회사에 손해를 가하면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이사의 책임은 과실책임이 원칙이지만, 법령이나 정관 위반의 경우에는 무과실책임을 진다.

이사는 제3자에 대해서도 책임을 질 수 있다. 이사가 법령이나 정관에 위반한 행위로 제3자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그 이사는 제3자에 대해 연대배상책임을 진다.

주주의 권리구제

주주는 회사나 이사의 위법행위에 대해 다양한 구제수단을 가진다. 대표소송은 주주가 회사를 대신하여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는 소송이다. 6개월 전부터 계속 주식을 보유한 주주가 제기할 수 있다.

주주대표소송에서 승소하면 손해배상금은 회사에 귀속된다. 주주는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얻지 못하지만, 회사가치 상승을 통해 간접적으로 이익을 얻는다.

소수주주권도 중요한 권리구제 수단이다. 일정 지분 이상을 보유한 소수주주는 이사해임청구, 감사선임청구, 회계장부열람청구, 임시총회소집청구 등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내부통제시스템

기업의 규모가 커지고 복잡해지면서 내부통제시스템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상법은 일정 규모 이상의 회사에 대해 내부통제시스템 구축을 의무화하고 있다.

내부통제시스템은 이사의 직무집행이 법령과 정관에 적합하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는 체계다. 위험관리, 준법감시, 내부감사 등의 기능을 포함한다.

이사회는 내부통제시스템의 구축과 운영을 결의해야 하고, 그 운영현황을 주주총회에 보고해야 한다. 내부통제시스템의 구축·운영에 관한 이사의 임무해태는 손해배상책임의 근거가 된다.

회사법의 현대적 과제

현대 회사법은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세계화, 디지털화, 지속가능성 등이 새로운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ESG 경영의 확산은 회사법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환경, 사회, 지배구조 요소를 고려한 경영이 요구되면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주주이익 극대화에서 이해관계자 이익 균형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중요한 쟁점이다. 기업이 단순한 영리추구 조직을 넘어서 사회적 존재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회사의 목적, 이사의 의무, 경영판단의 기준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의 성장도 회사법 발전의 동력이 되고 있다. 전통적인 회사법 제도가 혁신기업의 특성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복수의결권주식, 전환우선주 등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고 있다.

결론

회사법은 현대 경제의 핵심 인프라다. 주식회사라는 조직형태를 통해 대규모 자본조달과 전문경영을 가능하게 하고, 유한책임제도를 통해 투자위험을 한정하며, 정교한 기관구조를 통해 효율적이고 투명한 경영을 도모한다.

주식회사의 설립부터 해산까지, 주주권에서 이사의 책임까지, 회사법은 기업활동의 모든 단계를 규율한다. 각 제도들은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기업가치 극대화와 이해관계자 보호라는 목표를 달성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회사법의 핵심 원리는 효율성과 공정성의 조화다. 기업활동의 효율성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각 이해관계자의 권익을 적절히 보호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를 위해 회사법은 강행규정과 임의규정을 적절히 조합하고,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다.

앞으로 회사법은 더욱 복잡하고 다양한 과제에 직면할 것이다. 기술혁신, 사업모델의 변화, 사회적 가치 추구 등이 회사법 발전의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도 회사법의 기본 원리와 가치를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회사법이 계속해서 경제발전과 사회발전의 토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