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에 오랜만에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2025년 6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하며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다는 소식이다. 5월 1.3% 감소세를 딛고 일어선 이번 반등은 반도체와 자동차라는 한국의 핵심 수출 품목이 동시에 호조를 보인 결과다.
반도체 수출, 21.8% 급증하며 회복 신호
반도체 수출이 21.8% 증가해 전체 수출을 견인했다. 반도체는 전체 수출 중 22.9%를 차지하며 전년 대비 2.5%포인트 비중이 확대됐다. 이는 2022년부터 이어진 반도체 침체기를 벗어나는 강력한 신호로 해석된다.
특히 AI 서버 수요 증가와 함께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전년 대비 17% 성장하며 상고하저의 모습을 보일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고부가가치 메모리 제품, 특히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출이 급증하면서 단순한 물량 증가가 아닌 질적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자동차도 9.2% 증가, 친환경차가 주력
자동차 수출 역시 승용차(9.2%), 자동차부품(5.2%) 증가를 기록했다. 친환경차 수출은 하이브리드 수출 호조로 수출량 기준 전년 동월 대비 10.2% 증가한 7.5만대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현대차그룹을 중심으로 한 한국 자동차 업계는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대응 전략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을 늘리는 동시에 한국에서 생산된 고급차와 친환경차 중심의 수출 확대가 성공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관세 정책, 최대 변수로 부상
하지만 이런 회복세가 지속될지는 미국의 관세 정책에 달려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내달 2일부터 미국 외 지역에서 생산된 완성차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한국에게는 특히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한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물건 중에서 제일 비중이 큰 것이 자동차다. 작년에 총 429억달러, 약 63조원 어치 자동차를 미국으로 수출했다. 전체 대미 수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규모다.
반도체 역시 안전하지 않다. 한국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12월 보고서에서 미국이 반도체에 20% 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의 대미 반도체 수출이 8.3%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 수출 부진, 구조적 변화 신호
한편 중국 시장은 여전히 부진하다. 중국(−1.0%), 베트남(−4.3%)으로는 감소했다는 통계가 이를 보여준다. 코로나19 이후 중국의 내수 회복이 더디고, 중국이 국산 중간재 의존도를 높이면서 한국산 제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
이는 단순한 경기 둔화가 아닌 구조적 변화로 해석된다. 중국이 자국 공급망 구축에 집중하면서 한국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수출 다변화를 꾀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 기업들의 대응 전략
관세 리스크에 대비해 한국 기업들은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미국의 25% 관세 부과에도 불구하고 2025년 6월 2일까지 자동차 가격을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단기적으로는 자체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시장 점유율을 지키겠다는 전략이다.
장기적으로는 현지 생산 확대가 답이다. 현대차는 향후 4년간 미국에 21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을 발표했고, 삼성전자 역시 텍사스주에서 반도체 생산시설을 확대하고 있다.
정부의 역할과 전망
한국 정부는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서 철강, 자동차, 반도체 등 주요 산업 분야에서 미국의 관세 부과는 한국 수출 기업들의 비용 증가와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관세 면제 협상을 벌이고 있다.
한미 FTA 기반의 협정 이행을 강조하면서 특히 철강과 전기차 부품에 대한 관세 면제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화될 가능성도 있어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회 속의 위기, 위기 속의 기회
6월 수출 지표는 분명 긍정적이다. 반도체와 자동차라는 한국 제조업의 두 축이 동시에 회복세를 보인 것은 고무적인 신호다. 2024년 수출이 6838억 달러를 기록해 2022년(6836억 달러) 역대 최대실적을 2년 만에 경신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관세 이슈, 중국 경제 둔화, 환율 변동성 등 외부 변수들이 산재해 있어 본격적인 회복을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다. 오히려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도 한국 기업들이 보여주는 적응력과 혁신 역량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앞으로의 과제
한국 경제가 이번 수출 회복세를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연결하려면 몇 가지 과제를 풀어야 한다.
첫째, 수출 시장 다변화다. 미국과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한 구조에서 벗어나 동남아시아, 인도, 유럽 등으로 시장을 확산해야 한다.
둘째, 기술 혁신 지속이다. 반도체에서는 AI 칩과 시스템 반도체, 자동차에서는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셋째,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관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현지 생산 확대와 함께 공급망의 디지털 전환도 필요하다.
2025년 6월의 수출 회복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진짜 시험은 이제부터다. 변화하는 글로벌 통상 환경에서 한국이 어떻게 적응하고 성장할지가 앞으로의 관건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