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AI, 미 국방부와 2억 달러 계약으로 군사 AI 시대 본격 개막

ChatGPT 개발사 OpenAI가 미국 국방부와 2억 달러(약 2,78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며 군사용 인공지능 개발에 본격 뛰어든다. 이번 계약은 OpenAI가 국방부와 맺은 첫 번째 공식 계약으로, AI 기술의 군사적 활용을 둘러싼 기술적·윤리적 논쟁을 한층 가열시킬 전망이다.

OpenAI는 이번 계약과 함께 정부 프로젝트를 전담할 새로운 이니셔티브 ‘오픈AI 포 거버먼트(OpenAI for Government)’ 출범도 발표했다. 이는 국방 분야를 포함한 모든 정부 관련 사업을 통합 관리하기 위한 조치로, AI 기술이 국가 안보 영역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6년 7월까지 최첨단 AI 기술 시제품 개발

미 국방부는 16일(현지시간) 공식 성명을 통해 “이번 계약으로 OpenAI는 전투 및 기관 분야에서의 중요한 국가 안보 과제 해결을 위한 최첨단 AI 기능의 시제품을 개발하게 된다”고 밝혔다. 계약 기간은 1년으로, 2026년 7월 완료 예정이다.

구체적인 개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OpenAI에 따르면 이번 계약은 미군 장병들의 의료 행정 지원과 사이버 공격 방지를 위한 보안 시스템 강화에 초점을 맞춘다. AI를 활용해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고 국방 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 주요 목표다.

첫 협력 사례로는 미국 국방부 산하 디지털 및 인공지능 최고책임자실(CDAO)과의 시범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여기에는 군 복무자 및 가족의 건강관리 개선, 프로그램 및 조달 데이터 분석 효율화, 사이버 방어 강화 등이 포함되며, 모든 사례는 OpenAI의 사용 정책과 가이드라인을 따른다.

‘오픈AI 포 거버먼트’ 이니셔티브 본격 시동

OpenAI는 이번 계약이 새롭게 출범한 ‘오픈AI 포 거버먼트’ 이니셔티브의 첫 번째 사례라고 밝혔다. 이는 각국 정부에 OpenAI 기술을 제공하는 프로젝트로, 이미 미국 정부 기관들을 위해 제공 중인 ‘챗GPT 거브(ChatGPT Gov)’ 제품도 여기에 포함된다.

OpenAI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AI 기술로 공공 부문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사례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 펜실베이니아주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시범 프로젝트에서는 ChatGPT를 활용해 반복 업무 시간이 하루 평균 약 105분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로스알라모스, 로렌스 리버모어, 샌디아 국립연구소 등은 OpenAI 모델을 통해 과학 연구를 가속화하고 국가 안보 대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 매출 100억 달러 돌파한 OpenAI의 새로운 도약

이번 국방부 계약은 OpenAI가 최근 달성한 놀라운 성장세와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OpenAI는 2025년 3월 연 매출 기준 100억 달러(약 13조 6,000억 원)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24년 12월 기준 55억 달러 대비 약 두 배 증가한 수치다.

OpenAI는 2025년 매출 목표를 127억 달러로 설정했으며, 이는 2024년 말 50억 달러 수준에서 2배 이상 성장을 의미한다. 회사에 따르면 2025년 3월 말 기준 주간 활성 사용자 수는 5억 명, 기업 고객 수는 300만 곳에 달한다.

이 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OpenAI는 소프트뱅크가 주도하는 신규 투자 라운드를 통해 최대 400억 달러를 추가 유치할 계획이다. 투자 유치가 완료되면 OpenAI의 기업 가치는 최대 3,000억 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국방부 진출 가속화

OpenAI의 이번 계약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미 국방부와 AI 기술을 접목하는 계약을 잇따라 체결하고 있는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 OpenAI는 작년 12월 미국 무인 방위산업 업체 안두릴 인더스트리즈(Anduril Industries)와 파트너십을 맺고 미군의 드론 방어 능력을 강화하는 프로젝트에 합류한 바 있다.

AI 기업 팔란티어는 육군과 10억 달러 규모의 AI 및 데이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의 주력 AI 챗봇인 ‘코파일럿’을 국방부가 사용할 수 있도록 맞춤형 버전을 개발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여름 미국 국방부를 위한 ‘MS 365 코파일럿’을 출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도 최근 안두릴과 미군용 장비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처럼 미국 정부는 대대적인 AI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150억 달러 초대형 AI 계약도 추진 중

미 국방부의 AI 투자는 이번 OpenAI 계약에 그치지 않는다. 국방부는 10년간 최대 150억 달러(약 20조 원)에 달하는 초대형 인공지능 계약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12월 미국 총무청 웹사이트에 ‘RFP 초안: 인공지능 다수 공급자 계약 추진’으로 공개된 바 있다.

이 대규모 계약에는 AI 모델 개발, 데이터 관리, 인력 교육 등 다양한 지원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계약이 체결될 경우 자율 무기 시스템, AI 기반 사이버 방어 시스템, 정보 분석 및 의사 결정 지원 시스템 등 다양한 AI 기술과 솔루션이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샘 알트먼의 국가 안보 참여 의지

OpenAI의 이번 행보는 샘 알트먼 CEO의 기존 발언과도 일치한다. 알트먼 CEO는 “우리는 국가안보 분야에 참여해야 하며, 이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실제로 참여하고 싶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OpenAI 창립 초기 비영리 목적으로 시작했던 것과는 다른 행보다. 회사는 2019년 영리 법인을 신설하며 본격적인 상업화에 나섰고,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140억 달러를 투자받으며 현재의 성장 궤도에 올랐다.

군사 AI 윤리 논쟁 재점화 예상

OpenAI의 국방부 계약은 AI 기술의 군사적 활용을 둘러싼 윤리적 논쟁을 재점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AI 기술이 자율 무기 시스템이나 감시 체계에 활용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기 때문이다.

다만 OpenAI는 이번 계약이 행정 효율화와 사이버 방어에 초점을 맞춘다고 강조하며, 모든 활용이 회사의 사용 정책과 가이드라인을 따른다고 밝혔다. 하지만 AI 기술의 범용성을 고려할 때 향후 더 광범위한 군사적 용도로 확장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AI가 국가 안보와 국방 분야의 핵심 기술로 자리잡아가는 가운데, OpenAI의 이번 계약이 미래 전장의 모습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주목된다. 무엇보다 기술 발전과 윤리적 책임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